2018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만난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차 2~5일 중국을 방문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은 쉽지 않은 과제를 들고 간다. 열병식에서 어느 자리에 설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조우 및 대화가 이뤄질지 등에 따라 한-중 관계와 남북 관계의 현주소가 드러날 수 있다.
3일 베이징 천안문(톈안먼) 망루에서 열리는 이번 열병식에서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우 의장의 자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외에도 이란·베트남·파키스탄·카자흐스탄·라오스·몽골·벨라루스 등의 정상들이 참석하기 때문이다. 10년 전인 2015년 중국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시 주석의 바로 옆에 섰던 반면 북한의 최룡해 조선노동당 비서는 맨 오른쪽 구석에 섰던 상황이 반대로 재연될 수도 있다.
중국의 불편한 시선도 부담이다. 애초 중국은 이재명 대통령 초청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는 고심 끝에 우 의장이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이 ‘반미 다극체제 국제질서’를 선보이는 이번 열병식에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불참하지만, 정부는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잘 관리해 나가겠다는 정책 기조에 따라 중국에 대한 외교적 배려를 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안미경중은 끝났다’고 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우 의장은 이번 방중에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의 참석을 요청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 등에 대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국회의장실은 밝혔다.
우 의장과 김정은 위원장의 의미 있는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도 극히 낮아 보인다. 만찬 등에서 우 의장과 김 위원장의 우연한 마주침은 있을 수 있지만 남북한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김 위원장은 우 의장과의 대화를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우 의장은 2일 출국하면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위원장 만나는 것을 생각하면서 방중을 결정하지는 않았다”며 “만나게 되면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지만 그런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 현장에 가봐야 한다”고 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김채운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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