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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황금기 견제할까…"삼성 파운드리 연말 모멘텀"

이데일리 조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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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황금기 견제할까…"삼성 파운드리 연말 모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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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진단]TSMC 점유율 70% 돌파 속 삼성은
삼성 4Q 연속 하락세…"이르면 연말 美 수주 반영"
"TSMC 가격 상승에 고객사 피로↑…견제 가능성"
벌어진 中 SMIC…"대중 제재 효과 속 고삐 쥐어야"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지금은 대만 TSMC의 ‘마지막 황금기’다. 올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의 수주가 매출로 잡히기 시작하면 조만간 시장에 조정이 올 것이다.”(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 격차가 세계 1위 TSMC와 더 벌어졌다. TSMC가 삼성전자의 두 배 수준의 매출 상승률을 보이며 앞서나간 탓이다. TSMC가 시장 점유율 70%를 처음으로 돌파하며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연말연초’를 주목하고 있다. 삼성의 테슬라, 애플 등 미국 빅테크 수주가 시장에 반영되며 점유율 반등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더 멀어진 TSMC…“美 추가 수주 중요”

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전분기 대비 9.2% 증가했다. 그러나 점유율은 7.7%에서 7.3%로 하락했다. 1위인 TSMC의 매출 증가율이 같은 기간 18.5%로 집계되며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의 점유율은 일본 닌텐도 수주로 인한 매출 증가 속에서도 7.7%에서 7.3%로 떨어졌다.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2분기를 기점으로 4분기 연속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삼성전자와 TSMC 점유율은 50.8%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이후 삼성전자는 내리막길을, TSMC는 오르막길을 각각 걸으며 점유율 차이가 조금씩 벌어졌다. 올해 2분기 두 기업의 점유율 차이는 62.9%포인트로 1분기 59.9%포인트에서 확대됐다. 일각에서는 TSMC의 내년 점유율이 75%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최근 파운드리 수주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는 연말연초를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스마트폰의 눈’ 이미지센서(CIS)를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테슬라와는 23조원 규모의 차세대 자율 주행 시스템 반도체인 ‘AI6’를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만들기로 했다. 이외에도 일본 닌텐도의 신제품 ‘스위치2’ 열풍도 호재로 꼽히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내년은 가야 테슬라와 애플 계약이 매출 등 실적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추가 수주를 받으려고 계속 노력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8월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포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8월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포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TSMC 가격 견제 가능”…이재용 美 영업 효과도

TSMC는 엔비디아, 애플 등을 중심으로 한 대형 고객사 확보는 물론, 독주 체제를 인식하며 가격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올해 말 양산을 앞둔 최첨단 2나노(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포함해 5나노 이하 첨단 공정의 가격을 내년부터 5~10%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칩 생산 비용이 늘어난다는 이유인데 고객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져 삼성전자의 시장 반등을 눈여겨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규복 위원은 삼성전자가 TSMC의 가격 상승 등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TSMC가 가격을 올리는 것도 있지만 칩 수주 계약도 선별적으로 받는 등 일명 ‘튕기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의 퀄컴 수주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삼성 파운드리 2나노가 안정적으로 올라서면 TSMC의 매출이 다소 빠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발로 뛰고 있는 만큼 퀄컴,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추가 수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2주 넘는 장기 미국 출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다수의 빅테크 경영인들과 만나 협력 확대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직후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황 CEO와 나눈 뜨거운 포옹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中 따돌리기 과제…“美 대중 제재 ‘시너지’ 내야”

동시에 중국 SMIC 따돌리기도 삼성전자의 또 다른 과제로 꼽힌다. 시장 3위인 SMIC가 2분기 첨단 공정 문제로 출하 지연을 겪으며 고전하고 있는 틈을 타 달아나야 한다는 것이다. SMI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차이는 1.7%포인트까지 좁혀졌으나 올해 2분기 2.2%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매출이 전분기 대비 1.7% 감소한 탓에 시장 점유율 또한 0.9%포인트 줄어든 5.1%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장비 반입, 특허 분쟁 등 다방면에서 미국의 대중 제재가 중국 내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봉쇄 효과가 뚜렷한 만큼 SMIC가 첨단 공정에서 금방 따라오지 못할 전망이지만 여기서 조금이라도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고삐를 죄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SMIC는 내년까지 7나노 공정 칩 생산능력을 두 배 확대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7나노 이하부터는 첨단 반도체 공정으로 불리며, 현재 중국 파운드리 업계에서 가장 진보된 공정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AI 칩의 자국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