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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청춘의 초상…올해 최고 독립영화 두편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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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청춘의 초상…올해 최고 독립영화 두편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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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3학년 2학기’. 작업장 봄 제공

영화 ‘3학년 2학기’. 작업장 봄 제공


지난 6월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요란했던 20대 남성에 대한 관심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이들을 그린 영화 두편이 나란히 도착했다. 섣부른 분석이나 비판에 앞서 지금 한국 사회에 발 딛고 사는 청년이 궁금하다면 꼭 봐야 할 영화들이다. 둘 다 3일 개봉한다.



이란희 감독의 ‘3학년 2학기’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 서울독립영화제 3관왕을 비롯해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올해 개봉작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기에 손색없는 영화다.



특성화고 3학년 창우(유이하)는 2학기 실습으로 친구 우재(양지운)와 함께 작은 공장에 들어간다. 담당 교사는 비록 중견업체보다 못한 중소업체지만 이곳에서 무사히 실습을 마치고 정식 입사하면 받을 수 있다는 병역 특례, 대학 입학 지원 등 장밋빛 미래를 펼쳐 보인다. 요란한 기계 소리, 어렵기만 한 기술, 실수하면 안 된다는 어른들의 엄포,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근심, 안전 장치 부족으로 자칫하면 크게 다칠 수 있는 위험 속에서 창우는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놀기 좋아하는 우재는 크게 혼난 뒤 편의점 ‘알바’나 하겠다며 나가버리고, 자기보다 일찍 공장에 들어온 다른 학교 학생 성민(김성국)은 일머리도 좋고 어른스러워서 어리바리한 창우를 더 주눅 들게 한다.



영화 ‘3학년 2학기’. 작업장 봄 제공

영화 ‘3학년 2학기’. 작업장 봄 제공


이따금 보도되는 특성화고 실습생의 비극적인 죽음을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같은 소재를 그린 영화 ‘다음 소희’(2023)와 같은 전개를 떠올리며 영정 사진 속 해맑은 창우의 얼굴을 만날 마음의 준비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창우도, 창우의 친구들도, 공장의 직원들과 학교 교사도 우리가 익숙한 이분법적 구도에 올려놓지 않는다. 영화의 배경인 인천 공단 지역에서 오랫동안 영화 교육과 취재를 해온 이 감독은 실습 학생을 피해자로 만들기보다 “친구나 지인을 산재 사고로 잃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빚어내면서 관객들이 ‘나 같네’, ‘내 조카 같네’ 하고 공감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영화는 열심히 일해서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리 잡고 싶은 의지와 주어진 책임이 힘들고 두려운 미성년의 마음, 친구와 놀 때 아이 같은 천진함을 가진 주인공들이 고통과 보람을 느끼면서 일터에서 한 사람 몫을 해내는 노동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때론 사랑스럽게, 때론 먹먹하게 담아낸다. 주인공뿐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이야기에 소모되지 않고 입체성을 띠고 있다는 게 무엇보다 이 영화의 빼어난 점이다.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사람 이야기에 집중하면서도 끝내 설치되지 않는 안전바, 근로감독관의 무기력한 선의 등 곳곳에 배치된 날카로운 현실은 이야기를 한 개인의 성장담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맑은 얼굴의 19살 청년들이 가까웠던 동료의 죽음을 목도하고 “사람이 일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몰랐어”라고 울먹일 때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지금 어떤 세상을 주고 있는 것인가라는 저릿한 통증이 몰려온다.



영화 ‘3670’.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3670’. 엣나인필름 제공


박준호 감독의 ‘3670’은 가족을 두고 홀로 남한으로 넘어온 20대 탈북 청년의 이야기다. 퀴어 정체성을 가진 27살 철준(조유현)은 탈북자 친구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쪽” 친구를 만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게이와 탈북자라는 두개의 굴레가 어느 쪽에도 편안한 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탓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철준은 모임에서 스쳤던 영준(김현목)과 우연히 만나고, 둘은 친구가 된다.



‘3670’은 한 청년의, 분방하면서도 냉정하고 각자가 자기 것을 챙기기 바쁜 남한 사회 적응기이면서 동시에 청춘의 불안 그 자체를 응시하는 작품이다. 취업 시장의 서류 전형에서 계속 탈락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까불까불한 ‘인싸’처럼 보이지만 철준만큼이나 어디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영준의 모습이 그렇다. 밝은 표정 속에 열등감을 깊이 숨긴 영준은 점점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철준이 낯설어지면서 그를 향한 자신의 솔직한 마음과도 대면하지 못한다. 기성세대가 보기에 인생을 게으르게 살면서 회피 성향만 발달한 영준 같은 인물은 지금 한국 사회를 버겁게 버텨내는 20대 청년의 평균치에 가까워 보인다.



영화 ‘3670’.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3670’. 엣나인필름 제공


‘3670’도 ‘3학년 2학기’만큼이나 각각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린다. 특히 이 영화는 게이 커뮤니티를 그리는 방식에서 지금까지의 퀴어 영화보다 생동감이 돋보이며 감각적인 매력을 풍부하게 담아낸다.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지만, 날렵한 영화적 디테일과 재미가 상업영화 못지않다. 특히나 약고 이기적인 남한 사람들에 대한 적응이 아직도 힘든 투박함과 남한 청년들처럼 세련되어지고 싶은 바람,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려는 진지함 등 레이어가 다양한 연기를 펼치는 철준 역의 신인배우 조유현은 올해의 발견이라 할 만하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4관왕을 비롯해 여러 영화제들에서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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