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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배출권거래제, 이분법은 해롭다

머니투데이 권다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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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배출권거래제, 이분법은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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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6조7000억~12조원'.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위한 입법이 추진되던 지난 2010년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제조업체 매출이 배출권 때문에 이만큼 줄어들 거라 추산했다. 온실가스 배출 주체에게 배출에 대한 비용을 물게 하는 이 제도가 산업경쟁력을 저하시킬 거란 논리가 크게 우세했던 때다.

2015년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됐고 10년이 흘렀지만 배출권이 국내 제조업에 이렇게 큰 타격을 줬다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팬데믹 이후 배출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고장난' 제도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2020년 평균 톤당 3만원대까지 올랐던 배출권은 지난해 9000원대로 떨어졌다. 게다가 지금까지 배출권은 거의 대부분 공짜로 배분됐다.

이 배출권을 2026~2030년(4차 기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배분할 지 정하는 할당계획이 빠르면 이달 중 확정된다. 핵심은 발전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대폭' 상향하는 거다. 배출권제 대상은 발전,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포함된 산업, 수송, 건물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발전 부문에 공짜로 주던 배출권을 대폭 줄이겠다는 의미다. 발전(38.5%)은 산업(56.6%)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체다. 발전사가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게끔 하는 데 우선 방점을 둔다는 취지다.

앞으로 5년간 배출권거래제가 제대로 작동 하게끔 제도를 바꾸려면 '배출권거래제 강화= 산업경쟁력 약화'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탄소 배출량 감축이 산업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전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내년 본격 시작되고 영국도 자체 CBAM을 2027년 개시한다. CBAM을 적용 받지 않는 업종의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배출 감축 요구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에 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는 없지만 미국 대기업들은 자사 공급망 내 기업들에게 누구보다 강력하게 탄소배출 감축을 요구하는 주체다.

이제는 배출권거래제나 탄소세 같은 탄소가격제가 EU 등 일부 선진국만의 제도가 아니란 점도 국내 탄소가격제를 제대로 작동하게끔 해야 할 이유를 더한다. 이미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등 39개 국가·주가 탄소세를, EU, 중국, 미국 캘리포니아 등 36개 국가·주가 배출권거래제를 시행 중이다. 일본은 내년부터 일정 배출량 이상 기업들에게 배출권거래제를 의무 시행한다. 전세계적으로 탄소배출에 비용을 부과하는 시스템이 보편화되고 있다.


변화된 추세 속에서 이분법적 논리로 유상할당 확대를 반대하기 보다 이 제도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더 필요한 시점이다. 탄소가격제가 정착된 국가들은 대체로 이 제도로 거둔 재원을 산업의 탄소감축을 돕거나 에너지 비용이 높아질 때 타격이 큰 사회취약층을 지원하는 데 썼다. 규제 외에 배출 주체들이 감축 할 수 있게끔 지원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도 병행했다. 단순히 기업이 지불하는 명목 비용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배출권제의 비용 대비 효용을 키우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권다희 산업1부 차장

권다희 산업1부 차장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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