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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권성동 “총재님 카지노 하냐, 경찰 조사 중이다”…통일교에 수사 정보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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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권성동 “총재님 카지노 하냐, 경찰 조사 중이다”…통일교에 수사 정보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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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원정도박 의혹 수사와 관련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카지노 도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관련해서 2013∼2014년 자금 출처가 문제 된다”며 통일교 쪽에 구체적으로 수사 정보를 전달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권 의원은 2022년 10월3일께 ‘통일교 2인자’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한학자 총재님이 카지노 하시냐”며 “경찰 쪽 찌라시(지라시)인데, 통일교 총재 한학자 등 통일교 임원들이 불법으로 통일교 재단 자금을 해외로 반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했다는 혐의로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은 권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네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기소됐다. 당시 춘천경찰서는 2022년 6월께부터 한 총재 등 통일교 간부들이 재단 자금을 횡령해 2008∼2011년 불법 원정 도박한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은 뒤 입건 전 조사를 진행 중이었다.



권 의원은 윤 전 본부장에게 “카지노 도박 및 외환거래법 관련해서 2013년, 2014년 자금 출처가 문제된다”며 “세계본부에 압수수색이 들어올 수 있으니 대비하라”는 내용의 내밀한 형사사건 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원정도박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지인과 나눈 대화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윤핵관(윤석열 전 대통령 핵심 관계자) 수사 무마 의혹’이 제기됐다. 이 녹음 파일에는 윤 전 본부장이 “(경찰의) 인지수사를 윤핵관이 알려줬다. (윗선에) 보고를 드렸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권 의원에게 이런 내용의 연락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특검팀은 춘천경찰서 경비안보과와 경찰청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이 무렵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권 의원이 제공한 경찰 수사정보를 한 총재와 비서실장 정아무개씨에게 보고했고, 한 총재는 “압수수색에 대비해 원정 도박 및 도박 자금 출처와 관련된 자료를 정리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 이에 따라 통일교 재무국·총무국 소속 직원들은 사무실 컴퓨터를 포맷하며 2010년에서 2013년까지 회계정보를 삭제하거나 조작했다. 특검팀은 이들이 회계정보 중 ‘해외 출장비’에서 ‘해외’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등 회계 집행 내역을 조작한 정황을 확인한 상태다.



특검팀은 권 의원이 통일교 쪽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대가로 한 총재 관련 수사 정보를 전달하고, 윤 전 대통령과 윤 전 본부장의 독대를 주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2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권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현재 국회 체포동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겨레는 권 의원의 해명을 듣고자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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