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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 자국군 험담… 태국 총리, 결국 해임됐다

조선일보 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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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 자국군 험담… 태국 총리, 결국 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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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분쟁 중 실권자와 통화 유출
헌재 “패통탄 행위, 헌법 윤리 위반”
국경 분쟁 중이던 이웃 나라 실권자에게 자국군을 험담한 통화 내용이 유출돼 곤경에 처했던 패통탄 친나왓(38) 태국 총리가 결국 해임됐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29일 패통탄의 행위가 헌법 윤리 위반 행위라고 판단하고 해임을 결정했다. 태국 정가의 거물인 탁신 친나왓(76) 전 총리의 딸인 패통탄은 2024년 8월 태국 역사상 최연소 총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취임했다가 1년 만에 물러났다.

이에 따라 탁신의 여동생 잉락 친나왓(58) 전 총리와 함께 탁신 집안이 배출한 세 총리가 모두 임기 중 불명예 퇴진했다. 탁신과 잉락은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바 있다.

지난 6월 패통탄이 캄보디아 정계 최고 실력자인 훈 센 상원의장(전 총리)과 나눈 전화 통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통화 내용은 패통탄이 국경 수비를 담당하는 태국군 사령관을 ‘멋져 보이고 싶어하는 반대파’라며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앞서 5월부터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분쟁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태국 내에서 반(反)캄보디아 정서가 팽배했는데, 통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국민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패통탄을 정계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했고, 태국 헌재는 지난달 1일 패통탄의 직무를 정지했다.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유력 정치 가문인 태국 탁신 집안과 캄보디아 훈 센 집안 간 갈등이 폭발해 패통탄이 유탄을 맞은 측면도 있다. 1990년대 탁신 사업체의 캄보디아 통신 시장 진출을 계기로 탁신과 훈 센은 밀착했다. 그러나 태국이 올해 초 영토 분쟁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한 뒤, 훈 센의 정치 자금원이던 카지노 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훈 센은 패통탄이 ‘뒷담화 파문’에 휘말린 뒤 자신이 통화를 유출했다고 밝히고 패통탄의 퇴임을 요구해왔다. 패통탄의 퇴진으로 태국 정치권은 혼돈에 빠질 전망이다. 당장 탁신계 정당인 프아타이당이 이끌던 연정도 붕괴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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