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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시 잘 쓰는 법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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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시 잘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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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백 년 뒤 먼 나라에서 태어날 어느 낯선 이를 위해 시를 쓴다는 말을 즐겨 한다. 이 생각은 특히 시를 고쳐 쓸 때 아주 유용하다. 시에 필요한 모든 것이 반드시 페이지 위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시인 메리 올리버의 책 ‘시 쓰기 안내서’(마음산책)에서 읽었습니다. 원제는 ‘A Poetry Handbook’. 시를 쓸 때의 기교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책인데, 운율이 중요한 영시와 우리 시는 구조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책에 나오는 세부적인 팁을 우리 시 쓰기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시 쓰기의 대전제가 되는 조언들이 인상 깊습니다.

이를테면 올리버는 “모방은 진짜 시를 탐구하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다”라면서 창작 교실에 다니는 것보다 다른 시를 많이 읽고 모방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미술관에서 페르메이르나 반 고흐의 작품을 열심히 베끼며 자신이 귀중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믿는 젊은 화가의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감정의 자유, 작품의 진정성과 독창성-이것들은 시작이 아니라 마지막에 온다. 인내심 있고 부지런한 사람, 그리고 영감을 받은 사람만이 그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시 쓰기 교실에서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고 급우들과 합평하던 시인 지망생이 비로소 진정한 ‘시인’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올리버는 ‘고독’을 말합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게 되면 시 쓰기에서 토론보다 ‘자기 교감’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라고요. “그날부터, 시인은 고독이 본질적 조건임을 인식하고 친구들과 창작 교실, 그리고 시 쓰기 안내서를 뒤로한 채 그 고독을 향해 근면하고 결연하게 나아간다.” 시를 쓰고픈 당신, 고독해질 결심이 되어 있나요? 곽아람 Books 팀장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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