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연합뉴스 언론사 이미지

[K-VIBE] 이은준의 AI 톺아보기…익스플로라토리움 AI 展 기행-③

연합뉴스 이세영
원문보기

[K-VIBE] 이은준의 AI 톺아보기…익스플로라토리움 AI 展 기행-③

서울맑음 / -3.9 °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은준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본인 제공]

이은준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본인 제공]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익스플로라토리움에서 열린 'Adventures in AI' 전시는 기술과 인간이 어떻게 협력하며 미래를 함께 상상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혁신적인 체험의 장이었다.

익스플로라토리움 외관[이은준 제공]

익스플로라토리움 외관
[이은준 제공]



이 전시관의 첫인상은 '놀이가 곧 학습'이라는 메시지였다. 복잡한 이론이나 난해한 설명 대신, 관람객 모두가 AI와 다른 첨단기술로 '몸소 놀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방식은 전시의 철학적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지식의 습득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동원하는 실험과 참여로 완성된다.

익스플로라토리움은 박물관에 대한 기존 고정관념을 과감히 해체했다. 여기서 관람객은 수동적인 구경꾼이 아니라, 적극적인 '탐색자'이자 '협력자', '실험자'가 된다.

존 듀이(John Dewey)가 강조한 '예술은 경험(Art as Experience)'이라는 교육철학이 전시 전반을 지배한다. 듀이의 이론에선 예술 감상과 학습이 분리되지 않는다. 관객은 감각적이고 지적으로 작품과 상호작용하고, 오감의 총체적 몰입을 통해 스스로 의미를 찾게 된다.

거대 비눗방울을 만드는 섹션 [이은준 제공]

거대 비눗방울을 만드는 섹션
[이은준 제공]



비눗방울을 만들어보는 기존 명물 섹션에서 이 정신은 빛을 발한다. 큰 고리를 들어 올리면 거대한 반투명 막이 펼쳐지고, 무지갯빛 파장과 표면 장력이 반복적으로 눈앞에서 드러난다.


그 순간 관람객의 질문은 "왜 막이 터지지? 왜 저런 색이 생기지?"라는 과학적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특별한 설명이 없이도 내 몸으로 직접 과학을 '경험'하는 순간이 만들어진다. 진입장벽은 사라지고, 아이, 어른 모두가 직관적이고 감각적으로 탐구에 참여한다.

익스플로라토리움 내부 [이은준 제공]

익스플로라토리움 내부
[이은준 제공]



이런 체험은 놀이를 넘어 '실험적 배움의 자세'를 길러낸다. 과학에의 흥미와 호기심은 종종 대단한 질문보다 즉각적이고 작은 놀라움에서 시작된다는 진리를 신실하게 지키는 '큐레토리얼'(Curation+Tutorial)의 결과다.

'Adventures in AI' 섹션에서는 AI와 인간이 함께 체험하며, 기술 자체를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키워드나 음성으로 AI에게 엉뚱한 명령을 건네면(예: "무지개 미끄럼틀을 타는 판다를 그려줘"), 즉시 이미지가 생성된다.


텍스트-투-이미지는 기계적 결과물을 넘어서, 언어·상상·기술·해석·감정의 창의적 작용을 입체적으로 연결한다.

이 과정은 기술을 지식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놀이를 통해 몸으로 익히는 전환점을 만들어낸다. 실제 AI와의 상호작용은 두려움보다 친근함이 앞설 때 더 깊은 학습을 유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빠르게 진화하는 AI 기술을, 어렵게 설명하지 않고 '해보는 것'으로 제안함으로써 기술의 인간 중심적 교육이 무엇인지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익스플로라토리움에서 공놀이를 하며 과학적 개념을 학습하는 관람객 [이은준 제공]

익스플로라토리움에서 공놀이를 하며 과학적 개념을 학습하는 관람객
[이은준 제공]



음악 코너 역시 인상적이다. 관람객은 AI가 분류한 다양한 음악 패턴을 손으로 만지거나 귀로 듣는 등, 직접 '음악 속 데이터와 경험'을 연결한다. 음악 이론을 머리로 익히기보다, 경험을 통해 음감과 리듬·패턴을 체득한다.


이런 접근은 관람객이 자신도 모르게 기술의 핵심 원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유도한다. 마치 스마트폰을 처음 쓸 때 '기술을 배운다'기보다 '친숙해진다'고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디오를 들으며 체험하는 AI 사운드 전시 [이은준 제공]

오디오를 들으며 체험하는 AI 사운드 전시
[이은준 제공]



전시 동선도 주목할 만하다. AI 체험을 마치면 곧바로 음악, 물리, 시각 등 다른 과학적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전시장 곳곳에서 소리와 진동, 물의 움직임, 패턴의 시각화 등 다양한 감각적 경험이 반복된다. AI는 기술로서 고립되어 있지 않으며, 인간의 감각·인지·사회성·예술적 놀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런 구조는 AI가 '첨단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인간 삶 속 다양한 영역의 상호작용 요소임을 이끌어준다. 철학적으로 보면, 기술은 인간을 확장하는 상상의 도구이자, 새로운 학습의 기회로 작동한다.

◇ 놀이를 통한 철학과 미래

'Adventures in AI'는 놀이의 언어를 통해 인간-기계 관계를 묻는다. AI의 실험적 체험은 단편적 유희나 기술 홍보가 아니라, 더 깊은 사회적·철학적 질문의 토대다. 전시장 곳곳을 거닐며 필자는 "기술과 인간의 협력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놀이와 학습, 창의와 인공지능의 경계는 뭘까?", "AI가 인간의 상상력과 정서를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 등의 물음을 스스로 떠올린다.

AI 전시장 옆 다른 전시 공간에서 사람들이 체험하고 있는 모습 [이은준 제공]

AI 전시장 옆 다른 전시 공간에서 사람들이 체험하고 있는 모습
[이은준 제공]



존 듀이가 말한 예술적 경험의 핵심은 바로 이런 '자기 사유와 과정 중심의 학습'이다.

익스플로라토리움의 이번 전시는 기술의 미래가 인간성, 창의성, 놀이, 상상, 협력 같은 감각적 사유와 맞닿아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AI 교육이란 결국 사람의 실존적 경험 안에 기술을 녹이는 과정임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Adventures in AI'는 관람객에게 기술과 인간의 공존, 협력, 상상력의 가능성을 직접 경험하게 해주는 살아 있는 실천 공간이었다. 설명이 아니라 체험, 놀이를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 안에서 철학과 과학, 예술과 삶을 연결 짓는 방법을 보여준다.

AI와 인간, 기술과 감성, 학습과 놀이의 미래는 결국 경험의 힘에 달려 있다. 전시를 나서며, 나는 단순히 '최신 기술을 봤다'고 말할 수 없었다. 오히려 "놀이와 실험을 통해 나 자신을 새롭게 배우는 과정에 함께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샌프란시스코 익스플로라토리움이 제시한 AI 시대의 학습 공간은, 기술과 철학, 놀이와 인간성을 포괄하는 지적·감각적 실험장 그 자체였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영상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