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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에마 스톤, 백윤식 대신 ‘지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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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에마 스톤, 백윤식 대신 ‘지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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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현지시각)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부고니아\'의 공식 상영 직전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맨 오른쪽)과 주연배우들이 레드 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포커스피처스, 프레먼틀, 씨제이이엔엠 제공

28일 밤(현지시각)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부고니아\'의 공식 상영 직전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맨 오른쪽)과 주연배우들이 레드 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포커스피처스, 프레먼틀, 씨제이이엔엠 제공


‘라라랜드’(2016)와 ‘가여운 것들’(2024)로 30대에 벌써 2개의 오스카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배우 에마 스톤이 또 한번 강렬하게 변신한 모습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 도착했다. 제80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가여운 것들’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신작 ‘부고니아’를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 때문이다.



패션지들이 먼저 주목한 스톤의 쇼트커트는 ‘부고니아’에서 펼친 삭발 연기 투혼의 흔적이다. 28일 오전(현지시각) 언론에 먼저 공개된 영화 속에서 그의 갈색 머리카락은 무자비한 면도기질로 밀려나간다. ‘에이리언’의 시고니 위버나 ‘브이 포 벤데타’의 내털리 포트먼을 떠올릴 법하지만, 사실 스톤의 모델은 백윤식.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에서 병구(신하균)에게 납치돼 삭발당하는 악덕 사장 강만식(백윤식)이 스톤이 연기한 미셸로 다시 태어났다. ‘부고니아’는 씨제이이엔엠(CJ ENM)이 기획·개발하고 공동제작에 참여한 ‘지구를 지켜라’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이다. 에이치비오(HBO) 시리즈 ‘석세션’, 영화 ‘더 메뉴’ 등으로 유명한 블랙코미디 대가 윌 트레이시가 각본을 썼다.



“(처음 리메이크를 기획한) 아리 애스터 감독이 한국 원작 영화를 정말 좋아해 윌 트레이시에게 시나리오 작업을 의뢰했고, 몇년 뒤 란티모스 감독이 그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남자에서 여자로 바꾼 캐릭터가 저한테 들어오다니, 운이 좋았죠.” 27일(현지시각) 베네치아에서 기자들과 만난 스톤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28일 밤(현지시각)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부고니아\'의 공식 상영 직전 주연배우 에마 스톤이 레드 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포커스피처스, 프레먼틀, 씨제이이엔엠 제공

28일 밤(현지시각)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부고니아\'의 공식 상영 직전 주연배우 에마 스톤이 레드 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포커스피처스, 프레먼틀, 씨제이이엔엠 제공


납치돼 고문당하는 악덕 기업주가 여자 미셸로 바뀌면서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정의하기 힘든 모호함이 더해졌다. 스톤은 “그 모호함이 정말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폭력적인 이야기에 극단적인 긴장감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불안한 분위기로만 전개되지는 않아요. 이 일이 벌어지다 갑자기 다른 일이 벌어지고, 선한 인물이 옳은 일을 하는 건지, 미친 사람이 미친 짓을 하는 건지, 판단이 영화 내내 계속 뒤집히죠.”



일부 인물의 성별이 바뀌는 등 변화도 있지만, ‘부고니아’는 놀랄 만큼 원작과 유사한 스토리로 전개된다. 주인공 테디는 바이오 기업 시이오(CEO)로 잘나가는 미셸을 지구에 침투한 외계인이라고 굳게 믿는다. 엄마가 외계인의 생체실험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테디는 사촌 동생 돈과 함께 미셸을 납치해 엄마를 살리고 지구를 지키고자 분투한다.



영화 ‘부고니아’ 스틸컷. 포커스피처스·프레먼틀·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영화 ‘부고니아’ 스틸컷. 포커스피처스·프레먼틀·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영화 ‘부고니아’ 스틸컷. 포커스피처스·프레먼틀·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영화 ‘부고니아’ 스틸컷. 포커스피처스·프레먼틀·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지구를 지켜라’는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개봉 당시 폭력성과 비(B)급 유머, 현실 비판이 기괴하게 뒤섞인 거침없는 상상력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지만, 관객들에게선 외면당한 탓이다. 세상에 너무 빨리 당도한 원작과 달리 ‘부고니아’는 제때 도착한 리메이크로 평가받을 듯하다. 영화의 핵심에 놓인 음모론을 전세계 곳곳에서 현실로 믿는 세상이 도래해서다.



란티모스 감독의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부고니아’에서 테디를 연기한 제시 플레먼스는 미국 극우파의 음모론이 작동하는 방식을 파헤친 나오미 클라인의 책 ‘도플갱어’를 언급하며 “누구라도 음모론의 덫에 걸릴 수 있다”며 “열렬한 외계인 신봉자 친구로부터 이런 믿음을 종교처럼 받아들이는 순간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얘기를 들은 게 연기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란티모스 감독은 “오늘날 세상에선 특히 기술이 우리를 아주 좁은 틀에 가둬버리면서 이미 믿고 있는 것만 강화되고, 그 좁은 믿음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며 “그 좁은 틀을 영화에도 적용해 처음엔 인물들이 전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층이 드러나면서 인간의 진짜 본성이 무엇인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경보를 울리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스톤은 “온라인의 알고리즘은 한번 뭔가를 보면 계속 같은 것을 제공해서 ‘토끼 굴’로 빠져들게 한다”며 “특히 괴롭힘을 당하거나 뭔가의 타깃이 됐을 때 그게 유일한 현실인 듯 좁은 토끼 굴로 빠져드는 10대들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영화 ‘부고니아’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포커스피처스 제공

영화 ‘부고니아’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포커스피처스 제공


이번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부고니아’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등 나머지 20편과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두고 겨룬다.



베네치아/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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