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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힘, 인권위 취지 부합하는 인권위원 추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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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힘, 인권위 취지 부합하는 인권위원 추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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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오후 인천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오후 인천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국회가 국민의힘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으로 각각 추천한 이상현 숭실대 교수와 우인식 변호사에 대한 선출안을 27일 부결시켰다. 이 교수는 반동성애 단체에서 활동하며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성소수자 혐오를 확산시켜 왔다. 우 변호사는 5 ·18 역사 왜곡을 비호하고 계엄을 옹호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힘은 인권 전문성을 앞세워 이들을 추천한 것으로 보이지만 둘다 인간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하는 인권위 설립 취지에 어울린다고 볼 수 없다. 국회가 이들의 인권위원 선출을 부결시킨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인권위는 어떤 기관이나 권력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없는 독립기관이다. 기본적 인권을 수호하고 수준을 향상하는 데 존재 이유가 있다. 모든 소수자 인권을 보호하고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이 남긴 유훈을 지키는 걸 기준으로 삼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앞서 인권위원으로 내세웠다 보류한 지영준· 박형명 변호사에 이어 다시 반인권 성향의 인사들을 추천한 것은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다.

인권위는 안창호 현 위원장 취임 후 수차례 위원들의 부적절 발언들로 논란에 휩싸여 왔다. 안 위원장은 여성을 비하하고 직원에게 동성애 여부를 묻는 말을 했다고 알려지는가 하면, 김용원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를 부숴야 한다는 글을 써 파문이 일었다. 김종민 비상임위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 안건을 공동 발의한 후 비판에 직면해 사직했다. 이러한 인권위가 다시 문제적 인물로 빈자리를 채웠다면 반길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국민의힘은 국회 본회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곧바로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들에 대한 부결이 추천권 존중 관례를 깨고 제1야당 지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인 만큼 여권과 강경투쟁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인권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첫 화면엔 '혐오와 차별을 넘어, 누구나 존엄하게'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인권에는 이념이나 정치적 견해 차이를 초월하는 절대적 가치가 있다. 국민의힘은 국가인권위원회라는 이름에 부합하고 인권 감수성을 갖춘 인물을 찾아 떳떳하게 추천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