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양 5.1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 임기가 시작된 뒤에도 침묵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년여 만에 ‘베이징 방문’이란 카드를 뽑아 들었다. 이 움직임이 북-미 대화 재개 계기가 될지 한·미·일과 북·중·러로 갈린 동아시아 냉전 구도 강화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현재로선 예측이 어렵다. 다만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달성하는 데 한·미·일 협력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우리 선택지를 조금이라도 넓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북한과 중국 당국은 이날 각각 김 위원장이 전승절(9월3일) 행사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공개한 참석자 명단을 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등 26명의 정상급 인사가 포함돼 있다. 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은 2019년 1월 이후 6년8개월 만이고, 그가 다자 외교 무대에 참석하는 건 처음이다. 경우에 따라선 북·중·러 3개국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다.
북은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과 관계 정상화가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곤경에 빠진 러시아와 동맹 관계를 부활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는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북한과의 관계를 호전시켜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이번 전승절 참석 발표에 앞서 지난 19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외무성 주요 국장들과의 협의회에서 “국가 수반의 대외정책 구상을 전달”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가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앞으로 김 위원장의 이 구상에 따라 북한식 외교가 속도감 있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중국엔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를 내세우고, 미국엔 다시 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흘리며,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높이려 할 것이다. 트럼프 역시 한-미 정상회담에서 보듯 북-미 대화를 재개하려는 마음이 크다.
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주변 각국이 기민하게 움직이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을 ‘피스메이커’로, 우리는 ‘페이스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대북 접근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인정하겠다는 현실적인 태도다. 북-중 접근이 이뤄진 이상 주변국 움직임을 더 면밀히 살펴 대응에 나서야 한다. 자칫 한국이 ‘패싱’돼 국익이 훼손되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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