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전세는 수명끝난 제도, 협동조합의 ‘사회주택’이 대안될 수 있어”

경향신문
원문보기

“전세는 수명끝난 제도, 협동조합의 ‘사회주택’이 대안될 수 있어”

서울흐림 / 3.2 °
최경호 탄탄주택협동조합 감사 “월세로 전환해야 한다면 조합 모델이 제격”
지난 24일 서울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경호 탄탄주택협동조합 감사가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희기자

지난 24일 서울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경호 탄탄주택협동조합 감사가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희기자


“이번 전세사기 사태에서도 봤듯이 전세라는 제도는 수명이 다 됐습니다. 탄탄주택협동조합(이하 조합)이 정립한 모델이 전세의 단계적 퇴출을 도울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25일 서울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경호 조합 감사는 지난 2년여간의 활동을 돌아보며 말했다.

최 감사는 국내 최초로 ‘전세사기 피해 회복 협동조합’ 모델을 고안한 인물이다. 이 모델은 조합이 피해자 대신 임대인으로부터 주택 소유권을 이전받아 기존 전세를 ‘반전세(전세+월세)’로 전환한 뒤, 여기서 발생하는 월세 수익으로 피해를 복구하는 방식이다.

반전세로 전환된 주택은 저렴한 임대료로 오랫동안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주택’으로 전환돼 운영된다. 이렇게 설립된 ‘탄탄주택협동조합’은 설립 2년여만인 지난 5월 조합원들이 당한 전세사기 피해액의 대부분(93%)을 회복하는 성과를 내 주목받았다.

최경호 감사가 탄탄주택협동조합 모델을 구상하며 정리한 내용. 최경호 감사 제공

최경호 감사가 탄탄주택협동조합 모델을 구상하며 정리한 내용. 최경호 감사 제공


최 감사는 사회주택을 공부한 것이 조합 모델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 감사는 대학원을 마치고 사회주택을 공부하기 위해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날 정도로 해당 분야에 애정을 갖고 있다. 2017년에는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장을 맡기도 했다.

사회주택은 주택을 재산 증식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을 지양하며, 보편적 주거권을 보장하는데 그 운영 목적이 있다. 최 감사는 이 분야를 파고들수록 전세제도의 허점이 보였다고 했다.


그는 “집값이 오를 때는 보이지도, 문제가 되지도 않죠. 본질은 계속해서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전세는 작동할 수 없고 세입자들의 보증금 마저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라며 “모두가 집값 상승 동맹에 동참하는 셈이죠. 임대인이 악의적으로 임차인을 속이는 것이 아니더라도 애초부터 전세는 마치 폰지사기처럼 지속 불가능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민을 하던 그가 마주한 것이 2023년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던 전세사기 사태였다. 미추홀구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최 감사는 경기도에서 정책개발자문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경기도도 예외는 아니었고, 화성 동탄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터졌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만나던 중 누군가 ‘협동조합으로 해보면 안되겠느냐’라고 제안했다. 거기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동탄 사건을 보니 협동조합으로 풀어볼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일주일동안 여러 시뮬레이션을 해봤고, 그렇게 지금의 모델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조합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우선 ‘기존에 없었던 방식’이라는데서 오는 선입견을 극복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오랜 시간 피해자들을 설득해야 했고 계속해서 참여를 독려해야 했다. 처음에는 “사기꾼 아니냐”라는 비난도 많이 받았다. 최 감사는 “마치 내일처럼 나서 피해자들을 도왔던 한국사회주택협회의 문영록 이사와 이주원 위원에게 아직까지도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최경호 감사가 탄탄주택협동조합 모델을 구상하며 정리한 내용. 최경호 감사 제공

최경호 감사가 탄탄주택협동조합 모델을 구상하며 정리한 내용. 최경호 감사 제공


공공 지원이 부족한 점도 아쉬웠다. 조합은 21가구의 주택 소유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1억4000여만원에 달하는 취등록세를 그대로 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조합원을 늘려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만약 공적 자금이 조금이라도 투입됐으면 더 확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최 감사는 말한다.

최 감사는 조합이 “하나의 가능성을 던져준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기존에는 전세사기 사건을 직면했을 때 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과 공공이 매입하는 방식, 두가지 선택지만 있었다면 이젠 선택지가 세개까지 늘어난 것”이라며 “이 모델을 정부가 받아 약간의 지원만 한다면 더 확장시켜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방법을 기존 전세 방식의 대안적 주거모델로 정착시키자고도 제안한다. 그는 “지금까지 지속적인 도시화와 함께 집값 상승 뒷받침됐기 때문에 전세가 가능했지만, 이젠 한계에 봉착했다”며 “결국 전세는 단계적으로 월세로 전환해야한다. 조합은 그 단계적 전환 방법 중 하나”라고 밝혔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