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도별 경제성장률/그래픽=이지혜 |
2025년 한국 경제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올해 상반기 경제가 사실상 제자리걸음한 가운데, 건설투자 부진이 장기화하며 경제 회복을 발목잡고 있다. 나라 밖에선 미국발(發) 관세정책 영향이 더해지며 올해 우리 경제는 코로나19(COVID-19)가 발발한 2020년 이후 5년 만에 최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8월 경제전망 보고서(인디고북)'의 '미 관세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미 관세정책은 시행 이전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올해 0.45%포인트(p), 내년 0.60%p 낮출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 관세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이 한국 수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이 기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근거한 무관세에서 15% 수준으로 크게 높아지는 데 따른 결과다.
세부적으로 수출 비용 상승과 미국의 물가 상승으로 인한 총수요 감소로 대미 수출이 크게 줄며 0.23%p의 성장률 하락 효과가 예상된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필요성이 커진 영향이 파급돼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0.09%p 낮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통상 불확실성은 국내 기업과 가계의 투자 및 소비를 위축시켜 성장률 0.09%p 추가 하향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추정된다.
대내 상황도 좋지 않다. 비상계엄 충격에서 벗어나 소비가 차츰 회복하고 있지만 건설투자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어서다.
한은은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이 -8.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6.1%)보다 감소폭이 2.2%p 커졌다. 한은은 건설투자 성장률이 보합만 기록했어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1%까지 높아졌을 것으로 봤다.
미국의 관세정책과 국내 건설투자 부진만 없었더라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1% 후반대)를 웃도는 2% 중반대를 기록했을 것이란 의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거의 0%였다"며 "(올해) 성장률 자체가 낮은 것이 경기적 상황뿐 아니라 우리의 정치적인 상황, 구조적인 영향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협상 타결에도 관세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건 향후 성장률에 하방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은 관세협상 결과에 따라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춘다는 내용을 명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미 최대 수출품이 반도체 관세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여전한다.
여기에 석유화학산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점과 중국과 경쟁 중인 철강 부문 등에서의 산업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여부도 우리 경제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 총재는 "새로 발표되는 예산안에서 재정지출이 (한은 가정치보다) 클 경우 단기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을 상방 조정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정부 확장재정을 통한 성장률 제고가)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준이냐는 중장기 이슈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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