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재 연 2.5% 수준에서 동결한 데에는 최근 마무리된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고 이창용 한은 총재가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회담 결과가 순조롭고 긍정적이었다”며 “회담 결과가 8월 초와 달랐다면 기준금리를 동결하기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다른 불확실성이 발생하지 않아 가계부채 등 국내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금리를 동결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다음은 이 총재의 일문일답.
―이번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어떤 소수의견이 있었나.
“이번 기준금리 결정에서 위원 6명 중 5명은 현 수준에서 금리를 동결하자는 의견을 냈다.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이 상당한 효과를 냈지만 현재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부채 추이가 안정됐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또한 정부가 추가 정책을 할 때 정책 공조를 할 필요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도 고려 요소였다. 이에 반해 (0.25%포인트 인하) 소수의견을 낸 1명의 위원(신성환)은 부동산 가격 상승 추세가 상당히 주춤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크니 경기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향후 3개월 금리 전망은?
“3개월 금리 전망과 관련해 의장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5명은 향후 3개월 기준금리를 현재 연 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 나머지 1명은 석 달 뒤에도 2.5% 수준을 유지하자고 했다.”
―한·미 관세 협상 상황이 성장률 추정과 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8월 초 협상 결과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준비하던 전망치를 크게 바꿀 필요가 없었다. 만일 정상회의 결과가 부정적인 쪽으로 나타났다면 성장과 금융안정과의 상충관계가 심해져 이번에 금리 동결을 하기에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텐데, 이번 결정이 예상보다 순조롭고 긍정적으로 나타나서 금리를 동결하는 데 부담이 조금 덜했다.”
―금리인하 기조에 내년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는가.
“성장률의 분기별 변화를 보면 내년 하반기에는 잠재성장률에 가까운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다. GDP갭(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 차이)을 보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낮은 수준(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상황)이어서 그때까지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까지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갈지는 내년 상반기에 하반기 경제 전망을 할 때 결정해야 한다.”
―올 11월 경제전망과 관계없이 내년 상반기 금리인하 기조가 계속되는 건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1.6%라는 전제에 따른 설명이었다. 11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 등) 상황이 바뀌면 (금리인하 기조의 지속 여부)도 바뀌지 않겠나.”
―올해 기준금리를 2차례 인하한다고 해석해도 되는 건가.
“성장률 변화와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 등) 금융안정이 이뤄질지를 봐야 한다.”
―최근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소비 회복을 이끄는데, 통화 정책이 늦게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은 그동안 100bp(1bp=0.01%)를 빠르게 선제로 인하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또한 성장률과 비교하더라도 실질 금리 수준이 다른 선진국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지표도 없다. 유동성 관리 수준에서는 상당히 완화 기조인 셈이다. 경기 부양이 필요한 건 맞지만 지금보다 금리를 더 빠르게 내리면 성장률이 얼마나 오를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되레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정부와 정책 공조를 하는 가운데 금리 인하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지 인하 사이클을 축소하는 게 아니다.”
―올해 1%대 성장은 어려울까.
“한국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요인으로는 첫째 정치적 요인이 가장 컸다. 둘째는 모든 나라가 겪는 관세 불확실성이다. 올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게 당연하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대외 여건이 나쁘고 국내 정치적 이슈도 있는데 과도하게 부양 정책을 추진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고령화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사실 2% 밑으로 떨어졌다고 본다. 이를 막으려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저출산을 고려하면 노동력도 부족하다. 외국인 노동자를 어떻게 활용할지 등을 열어놔야 한다.”
―올해 성장률 상방, 하방 요인은 뭐라고 보나.
“단기적으로 하방 요인은 한-미 관세 협상이 재협상으로 들어가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다. 또한 협상이 유지되더라도 많은 기업이 관세를 피하려고 미국으로 들어가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 따른 (국내 산업) 공동화 위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노사 간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게 국내에 얼마나 파급이 될지는 모르겠다. 또 다른 하방 요인은 석유 화학,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중국과의 경쟁이 심한 철강 부분 등에서 산업 구조조정이 일어날 텐데 갈등 표출 여부에 따라 하방 요인이 될 수 있다.
상방 요인은 관세 협상의 안착이다. 반도체 수출이 생각보다 잘 되면 경기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더 커지면 단기적으로는 성장률이 상향 조정될 수 있다. 다만 지속가능성은 중장기적 문제다.”
―향후 환율 변동성을 어떻게 전망하나.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져 있는 한-미 금리 차에 대한 부담은?
“내외금리 차를 기계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현재 1400원 아래에 있는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향후 커질 가능성은 있다. 최근 우리 국민의 대외 투자 증가 등은 환율 관리의 리스크 요인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을 어떻게 해석하나.
“최근 물가 상황을 보면 상반기에 나타나지 않았던 관세 효과가 가시화되고, 고용 및 생산 지표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정책에서) 웨이트(무게를 어디에 두느냐)가 변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이해했다. 이에 따라 9, 10월 금리를 결정할 거로 본다.”
―6월 보류한 한강 프로젝트(한은의 디지털 화폐 활용성 테스트)는 어떻게 되는가.
“관련 법 규정이 확정되면 2차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의 디지털 화폐 역할을 하게 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 금통위에 노동계 입장을 대변하는 위원을 포함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한 의견은?
“금통위원 구성은 특정 집단 이해를 반영하는 사람이 모여서 결정하기보다 거시 경제 전체를 다루는 이들이 토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특정 이해집단의 이해 말고 국민 전체의 이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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