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배경은
집값 기대심리 반등 등 시장 불안정 여전
경기 침체 우려 줄어든 점도 여유 만들어
환율 변동성 속 한미 금리 차 확대는 부담
성장률 0.1%P 상향했으나 여전히 0%대
시장은 10월 금리 인하 가능성 높게 점쳐
집값 기대심리 반등 등 시장 불안정 여전
경기 침체 우려 줄어든 점도 여유 만들어
환율 변동성 속 한미 금리 차 확대는 부담
성장률 0.1%P 상향했으나 여전히 0%대
시장은 10월 금리 인하 가능성 높게 점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만큼 금리를 성급히 낮췄다가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대출 확대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서초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은희·홍태화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월에 이어 8월에도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배경에는 서울 집값 흐름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6·27 가계부채 대책으로 대출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집값 기대심리는 살아나고 있어 성급히 금리를 낮췄다가는 억제된 수요가 다시 분출되며 부동산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8일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가격 상승세와 거래량이 둔화되고 있으나 주택가격 상승기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추이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어 기준금리 유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력한 대출 규제로 주택 매매 수요를 억누르긴 했지만 집값 상승세가 충분히 억제되지 않았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이 총재는 앞서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과열 양상을 보였던 수도권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6·27 대책 이후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높은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추세적인 안정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9% 올랐다. 수도권 전체로 봐도 아파트값은 0.03% 상승했다. 상승폭은 줄었지만 오름세가 꺾이진 않은 것이다.
주춤했던 주택가격 심리지수도 상승 흐름을 되찾았다. 한은이 지난 26일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전월보다 2포인트 오른 111을 기록했다. 6·27 대책 여파로 지난 7월 당시 11포인트 급락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상승 전환됐다.
가계대출의 경우 지난달 전 금융권에서 2조2000억원 늘어나며 증가 폭이 6월(6조5000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6·27 대책 이전에 체결된 주택 매매 거래 관련 대출이 시차를 두고 실행되고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간 한은은 금리 인하가 주택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해 왔는데, 이번에도 그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수도권 집값 흐름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통화 완화를 이어가기에는 금융 안정 리스크가 크다고 한은은 판단했다.
이 총재는 최근 금융시장에 대해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갔다”고 평가하면서도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추세적으로 안정될지를 좀 더 점검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미 무역 협상 타결로 미국 관세 불확실성이 줄어든 데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으로 소비 심리가 일부 개선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줄었다는 점도 금리를 한 차례 동결하며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여유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하반기 재정 부양책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전망은 최근 들어 소폭 개선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밝힌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0%로 지난 6월(0.8→0.9%)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했다.
한은도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0.9%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최근 소비 회복과 한·미 무역 협상 결과 등을 반영한 조치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건설투자 부진 지속에도 소비가 회복되고 수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성장 흐름이 개선됐다”면서 “올해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0.8%)를 소폭 상회하는 0.9%로 전망되며 내년 성장률은 지난 전망(1.6%)에 부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앞으로 내수가 추경,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겠으나 수출은 당분간 양호한 흐름을 보이다가 미국 관세 부과의 영향이 확대되면서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9월 기준금리 인하 여부와 추가경정예산 집행 상황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는 부담이다. 미국이 금리를 다섯 차례 연속 동결한 상황에서 우리만 금리를 낮추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이탈하며 원화 약세가 심화될 수 있어서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후반에서 상당히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금리 차 확대가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는 2.00%포인트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금리 인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 전망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0%대 제한적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금리를 낮춰 소비·투자를 더 살릴 필요가 있어서다. 특히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재정 집행을 나서는 상황에서 추경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금리 인하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시장 상황은 여전한 변수로 남아 있지만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고 시장 과열 시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화 완화 정책을 병행해 추진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10월 금리 인하를 높게 점치고 있다. 9월에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열리지 않는다.
이 총재는 이날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성장세가 다소 개선됐지만 미 관세정책의 영향 등으로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라면서 “환율 변동성의 확대 가능성에도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