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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백지수표 요구…한미 무역 협상 교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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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백지수표 요구…한미 무역 협상 교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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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 6월 11일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외부에서 인터뷰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 6월 11일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외부에서 인터뷰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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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관세 인하를 위해 약속한 3500억 달러(약 487조원) 대미 투자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국가경제안보기금’ 조성에 활용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 돈은 5% 남짓만 투자되며 대부분은 보증’이라던 한국 정부 설명과는 차이가 있는 구상이다. 미국 입맛대로 대미 투자금을 쓰겠다는 ‘백지수표’ 요구에 양국 무역협상은 교착 국면에 빠졌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6일(현지시각) 미 시엔비시(CNBC)와 인터뷰에서 “일본 자금, 한국 자금, 그리고 다른 나라들의 자금으로 국가 및 경제 안보 기금이 조성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그들은 미국의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우리에게 자금을 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한국의 자금이 자신들의 기금으로 들어오며 이를 미국 내 투자에 쓰겠다는 것이다. 대출이나 보증 등의 방식이 아니라 지분 투자를 하라는 요구로 보인다.



협상 과정에 밝은 워싱턴 소식통은 27일 한겨레에 “미국이 사실상 백지수표를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교착상태”라며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지시한 ‘미국형 국부펀드’를 한일 자금으로 만들려는 것인데, 한국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형태다. 이견이 커서 팩트시트가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 이후 보도참고자료인 ‘팩트시트’ 발표를 위해 10여차례 회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한국은 미국에 총 3500억 달러의 투자안을 제시해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별 관세 등을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중 1500억 달러는 조선업,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반도체·원자력·배터리·바이오·핵심광물 등 첨단 및 전략 산업 분야에 투자된다고 한국 정부는 설명했다. 엄청난 투자규모 탓에 논란이 일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3일 ‘‘3500억 달러를 모두 현금으로 출연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실제 들어가는 돈, 즉 지분 투자는 5% 미만이고 대부분은 보증 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 대 국가의 약속인데 아무 (용처도) 지정하지 않고 ‘돈을 대라’고 하면 거기다 돈을 댈 나라가 어딨느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한국과 무역합의 타결 직후부터 미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금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투자되며, 향후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일본과 무역합의 뒤 발표한 팩트시트에서도 반복된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은 “일본은 미국의 ‘지시’에 따라 5500억달러를 투자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프로젝트에 일본이 ‘은행’처럼 자금을 대며, 투자대상도 미국이 정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미국에 ‘백지수표’를 준다는 뜻이다. 한국에도 같은 형태의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는 조선업 ‘전용’ 투자금으로 보고 있지만, 미국은 이마저도 거부하며 전액에 대한 재량권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이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자동차 관세 15%, 반도체·의약품에 대한 최혜국 대우 등의 명문화도 미루고 있다. ‘한국과 무역합의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정상회담에서 마무리 지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연속 강조한 것도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시간은 미국편이다. 지난달 30일 한미 무역합의를 통해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지만, 공식적인 행정명령이 내려지지 않아 여전히 한국산 자동차엔 25%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논의가 이어지는 동안 관세 장벽은 그대로 유지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합의된 ‘프레임워크’를 문서화하는 데 한달 가량 걸렸다. 한미 무역합의는 오는 29일이면 한달을 맞는다. 한·미 정상회담 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시대의 통상 협상, 또 안보 협상의 뉴노멀은 계속 끊임없이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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