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이면을 조각하는 페르난데즈…개인전 '지층의 바다'

리만머핀 서울에서 10월 25일까지

작품 설명하는 테레시타 페르난데즈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테레시타 페르난데즈가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린 개인전 '지층의 바다'에서 자기 작품 '화이트 포스포러스/코발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8.27. laecorp@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땅과 바다는 경계이며 서로 구분되는 존재다. 땅의 끝에 바다가 있고, 바다의 끝에 땅이 있다. 하지만 사실 바다 밑에는 언제나 땅이 있다. 결국 바다도 땅 위에 있는 존재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테레시타 페르난데즈의 개인전 '지층의 바다'가 27일부터 10월 25일까지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린다. 작가는 30년 넘게 풍경에 내재한 복잡성과 역설을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지층의 바다'(Liquid Horizon) 연작은 땅과 바다가 대상이다.

작품은 수평선 풍경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바다의 수직 단면을 드러낸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이 작품이 평면 회화로 보이겠지만 사실은 조각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화면 아래쪽은 땅을 상징하는 목탄을 붙였고 그 위로는 모래, 청색 안료 등을 수평으로 층층이 쌓아 올려 우툴두툴하게 튀어나온 질감을 느낄 수 있다.

테레시타 페르난데즈 작 '지층의 바다 1' [리만머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다른 연작 '야상'(Nocturnal)도 선보인다. 부드러운 청색 톤의 이 작품은 밀물과 썰물의 리듬을 시각화했다.

화면 하단부에는 흑연을 붙였는데 연마 과정을 거쳐 금속처럼 빛이 반사되는 효과를 만들었다. 칠흑 같은 밤바다가 넘실거리며 달빛을 반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상단 부분은 액체 물감을 겹겹이 부어서 만들었다.

작가는 "액체 물감은 그날 작업장의 온도나 습도 등의 영향을 받아 제가 알 수 없는 효과를 낸다"며 "그림 위에서 액체 성질대로 움직이도록 하면서 그 흔적들을 남기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테레시타 페르난데즈 작 '화이트 포스포러스/코발트' [리만머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형 설치 작품 '화이트 포스포러스/코발트'(White Phosphorus/Cobalt)는 수천 개의 작은 세라믹 큐브로 구성됐다. 중심부에서 위아래로 멀어질수록 색의 채도와 밝기가 짙어진다. 이를 통해 팽창과 수축을 표현했다.

작가는 "작은 조각 하나라도 흙을 반죽한 뒤 유약을 바르고 불에 굽는 과정을 거치는 데 마치 작은 지구가 탄생하는 것과 같다"며 "불에 구울 때는 제가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조각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작품 설명하는 테레시타 페르난데즈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테레시타 페르난데즈가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린 개인전 '지층의 바다'에서 자기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8.27. laecorp@yna.co.kr

테레시타 페르난데즈는 1968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망명 중인 쿠바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작가로 활동하며 구겐하임 펠로우십,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 비엔날레 어워드 등을 받았다.

2011년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임명한 미국 미술위원회 위원이 됐다. 디자인과 미학에 관한 국가적 사안에 관해 대통령과 의회에 자문을 제공하는 자리로 라틴계 여성으로는 최초였다.

현재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테레시타 페르난데즈 작 '야상' [리만머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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