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1400억 현대카드 구매전용카드 대금 유동화
홈플러스 사태 때 개인 투자자들 큰 피해, 이번엔 기업·기관만 투자
구매전용카드 취급액 늘어나는 추세… "기업대출 대안으로 많이 취급"
여천NCC, 카드대금 유동화증권(ABSTB)/그래픽=이지혜 |
석유화학 업계가 구조조정을 앞둔 상황에서 여천NCC의 카드 대금 유동화증권이 주목받고 있다. 여천NCC의 현대카드 결제 대금을 기초로 한 1400억원 ABSTB(전자단기사채)인데 지난 상반기 홈플러스 전단채 논란이 떠올라서다. 하지만 현대카드가 모든 카드 대금을 유동화한 데다가 전단채에 투자한 개인도 없어서 홈플러스 사태가 재현될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석유화학 기업 여천NCC 기업 구매전용카드를 기초자산으로 1400억원을 유동화했다. DB증권이 주관해 635억원, 665억원, 100억원 등 3차례 ABSTB를 발행했다. 635억원 ABSTB는 오는 29일에 만기가 돌아온다.
기업은 구매전용카드를 활용해 거래처에 물품 구입 대금을 외상 결제한다. 카드사와 약정한 한도 안에서 사용할 수 있다. 카드사는 기업에서 받기로 한 카드 대금을 기초자산으로 이를 유동화한다. 유동화증권에 투자자들이 돈을 넣으면 이 자금은 거래업체 결제 대금으로 쓰인다. 기업이 만기에 맞춰 카드 대금을 갚으면 ABSTB 투자자에게 상환된다.
기업들이 구매전용카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카드 대금 청구일까지 결제를 미룰 수 있다. 사실상 카드사가 기업에 짧은 무담보 신용을 제공하는 셈이다. 구매전용카드는 수수료가 낮아 카드사에 큰 이익이 되진 않지만 카드 대금 매출 채권을 유동화 회사에 넘겨 빠르게 현금을 확보할 순 있다.
기업이 카드 대금을 갚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카드 대금을 기초로 발행한 ABSTB에 투자한 투자자가 손실을 본다. 이렇게 해서 발생한 게 지난 상반기 홈플러스 전단채 사태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홈플러스 구매전용카드 대금을 기초로 발행된 ABSTB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홈플러스 ABSTB 발행 규모는 4019억원, 이 중 개인 투자자 구매액은 1777억원이다.
ABSTB와 달리 유동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일반 구매전용카드 거래는 홈플러스처럼 해당 기업이 부도나 파산에 이르는 경우 카드사가 피해를 보기도 했다. 롯데카드는 지난 4월 홈플러스 기업회생으로 793억원 부실채권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롯데카드 상반기 공시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구매전용카드로 결제한 액수는 1407억3500만원이며, 이 중 롯데카드는 600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다만 현대카드는 여천NCC의 구매전용카드 결제액을 모두 유동화했기에 롯데카드처럼 손실을 보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바로 유동화해서 현금화했기에 회계상 현대카드와는 단절됐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도 없을 전망이다. 현대카드 카드 대금 유동화를 주관한 DB증권에 따르면 이번 ABSTB에서 투자자는 기업과 기관이며 개인은 없다.
카드사의 기업 구매전용카드 결제액은 증가하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올해 누적 구매전용카드 결제액은 27조4054억원이다. 전년 동기의 22조8026억원보다 4조6000억원(20.2%) 증가했다. 최근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의 장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구매전용카드 사용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을 낀 카드사는 기업대출을 해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계 카드사는 기업대출의 대안으로서 구매전용카드 취급을 많이 늘려왔다"고 말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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