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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맛과 섬] [255] 장흥 여다지 주꾸미 보리밥

조선일보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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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맛과 섬] [255] 장흥 여다지 주꾸미 보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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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다지 한 식당에서 내놓은 ‘주꾸미 보리밥’

여다지 한 식당에서 내놓은 ‘주꾸미 보리밥’


가을로 가는 문턱에 이르면 한 장의 사진이 떠오른다. 요즘 보기 힘든 발동기를 단 목선에 소라방을 가득 싣고 남편은 노를 젓고, 아내는 긴 장대로 갯벌을 밀어 바다로 일을 나가는 모습이다. 소라방은 피뿔고둥을 엮어 만든, 주꾸미를 잡는 어구다. 주꾸미는 곧잘 빈 고둥이나 조가비를 은신처나 산란 장소로 삼는다. 어민들은 일찍부터 이러한 주꾸미의 습성을 이용해 주꾸미를 잡아 왔다. 득량만 안쪽 장흥군 안양면 여다지 바닷가에서 본 모습이다. 최근 그곳에서 아이들과 갯벌 이야기를 나누고 해안으로 밀려온 쓰레기를 주웠다. 그때 ‘주꾸미 보리밥’을 점심으로 먹었다.

가을 주꾸미 잡이에 나서는 부부.

가을 주꾸미 잡이에 나서는 부부.


주꾸미는 서해와 남해의 얕은 연안에서 자란다. 봄에 알에서 나와 여름과 가을에 자라서 찬 바람이 날 무렵이면 짝짓기할 만큼 자란다. 그리고 이듬해 200~300개의 알을 낳고 죽는다. 이러한 주꾸미의 생애 주기를 이용해 먹이 활동이 활발한 가을에는 낚시로, 산란과 은신처를 찾는 봄에는 소라방으로 잡는다. 주꾸미는 어업인과 낚시인이 주목하는 해산물이다. 해산물은 먹을거리가 많이 나오는 철이 제철이다. 주꾸미가 많이 잡히고, 시장에 나오는 봄이 제철이다. 하지만 일부 가을 주꾸미가 더 맛이 좋다는 사람도 있다. 육질을 중시하면 가을이고, 알을 주목하면 봄이다. 제철은 상인들이 만들어 낸 상술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주꾸미는 취미와 생업으로 수난을 겪고 있다. 주꾸미 어획량이 줄어들자 해양수산부는 2018년 ‘수산자원 회복 대상종’으로 지정해 5월 11일부터 8월 말까지 주꾸미잡이를 금지했다.

장흥 안양면 여다지에서 본 장흥갯벌과 득량만.

장흥 안양면 여다지에서 본 장흥갯벌과 득량만.


주꾸미는 숙회나 볶음으로 즐겨 먹는다. 전자는 술안주라면 후자는 반찬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싱싱한 주꾸미를 회로 먹기도 한다. 수문리 한 식당에서는 볶음과 반찬 외에 무채·시래기 볶음·콩나물·쌈 채소를 내놓는다. 보리밥에 매콤한 주꾸미 볶음과 나물과 채소를 넣고 비볐으니 그 맛이야 말할 필요가 없다. 9월이면 주꾸미 금어기가 풀린다. 한승원문학산책길을 걸어보고, 주꾸미나 전어 맛도 볼 수 있는 여다지에서 가을을 시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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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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