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의 따돌림과 쉼터 가출을 모른 척 외면한 남편이 문제를 알아채지 못한 게 잘못이라며 아내 탓을 해 충격을 안겼다./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방송 화면 |
따돌림, 백혈병, 쉼터 가출 등 딸들의 어려움을 모른 척 외면한 남편이 아이들의 문제를 알아채지 못한 게 잘못이라며 아내 탓을 해 충격을 안겼다.
지난 25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는 27세, 25세, 20세, 12세 딸 넷을 둔 '한숨 부부'가 출연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를 만났다.
이날 방송에서 아내는 남편이 자신과 네 딸에게 폭언을 했다고 폭로해 충격을 안겼다. 두 사람은 아이들 양육 문제로도 갈등하고 있었다.
딸들의 따돌림과 백혈병, 쉼터 가출을 모른 척 외면한 남편이 문제를 알아채지 못한 게 잘못이라며 아내 탓을 해 충격을 안겼다./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방송 화면 |
아내는 가족에게 무관심하고 가정에 소홀했던 남편에 대해 토로했다.
아내는 "첫째는 전과목 100점 맞을 정도로 공부도 잘했다. 제가 직장 다니면서 집에 없을 때가 많으니까 (첫째에게) 일부러 엄하게 했다. 제가 아이 자존감을 바닥치게 만들었다. 아이 얘기 잘 안 들어주고 동생들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2때부터 친구를 잘못 만나기 시작하더라. 중학교 3년 동안 첫째가 저한테 외롭고 힘들다면서 학교 그만두고 싶다고 해서 제가 무릎 꿇고 빌었다. 남편은 옆에서 관심 없이 TV만 보고 있었다. 그 장면이 기억난다"고 털어놨다.
아내가 무관심한 남편의 태도를 지적하자 남편은 "당신 애들 키우면서 학부모회 줄곧 하지 않았나. 학교에 그렇게 자주 다니면서 애들에 대한 건 전혀 모르냐"고 아내 탓을 했다.
이를 들은 아내는 코웃음을 치며 "큰애한테 못 해준 마음 때문에 그때부터라도 집중해야겠다 싶어서 학부모회에 나갔다. 근데 당신은 뭐했냐"고 받아쳤다.
아내는 첫째 따돌림 뿐만 아니라 둘째·셋째 딸에게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남편은 외면했다고 했다.
아내는 "둘째가 림프구성 백혈병, 혈액암이었다. 90%가 스트레스 때문에 온 것 같다. 초5때부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었다. 엄마아빠는 맨날 싸우다보니 초5~6 올라가더니 중학교 올라가서 발병했다"고 말했다.
당시 넷째 임신 중이었던 아내는 "(딸에게) 전조 증세가 한 달 있었는데 몰랐다. 피검사가 5~6만원이라길래 비싸서 안 하고 해열제를 먹였다. 열이 1주 이상 안 내리고 잇몸에서 피가 안 멈췄다. 대학병원에 가서야 알았다"며 눈물을 쏟았다.
딸들의 따돌림, 방황 등에 무관심한 남편 탓에 혼자 대응해야 했던 아내가 힘들었던 마음을 호소하자 남편은 아이들의 어려움을 알아채지 못한 아내의 잘못을 지적하며 아내 탓을 했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방송 화면 |
아내가 독박육아로 힘들었던 마음을 토로하는데도 남편은 "학부모회 하면서도 셋째가 왕따 당하는 걸 모르지 않았냐"고 아내의 잘못으로 돌렸다. 그러자 아내는 황당해 하며 "셋째는 왕따가 아니다.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라고 받아쳤다.
아내는 "셋째는 왕따를 당한 게 아니라 자기가 친구를 피한 것"이라며 "친구랑 놀고 싶다면서 하루이틀 외박하고 1주일 안 들어오고, 가출을 밥먹듯 했다. 쉼터 생활한다고 집 나간 적도 있다. 저는 불안했는데 남편은 술 취해 '안 들어오면 말라고 그래'라며 관심도 안 줬다"고 토로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한숨 부부' 남편은 상황이 꼬이면 아내 탓을 하면서 모른척 외면하는 회피 성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방송 화면 |
이를 지켜본 오은영 박사는 "같은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적 고통이 다른 것 같다"며 "남편은 결과가 안 좋거나 상황이 꼬이면 개입을 선뜻 안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아내의 실책을 끄집어 내면서 탓하거나 모른 척 외면하는 식으로 회피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표적인 게 학부모회 일이다. 남편 말은 '치맛바람 날리면서 극성 떨더니 애들이 어땠는지 알지도 못하지 않았냐'라고 말한 것으로 들린다. 그런데 그건 문제 핵심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다. 남편 분은 중요한 문제는 회피한다. 잘 못 해낼까봐 문제 상황에 자기가 개입하는 걸 두려워 한다"고 설명했다.
오은영 박사는 남편도 아이들 문제에 속상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그 마음을 표현한다고 봤다.
그는 "만약 둘째가 아팠을 때 청소가 안 돼 있었다면 아이에 대한 걱정이 '이걸 안 치우면 어떡하냐'라고 나온다. 걱정이 될 때 아내 탓하는 걸로 처리한다. 아내는 '이 상황에 청소를 운운하냐'라고 반응하게 된다"고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이어 "결혼 생활 27년 하면서 서로 특징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거 같다. 계속 이렇게 살면 나중에 서로 미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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