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한심하게 생각했다. 고대 그리스 서사시 일리아스에는 “옛 장수들은 혼자서도 가뿐히 돌을 들어 적에게 던졌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두 명도 들지 못한다”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한비자 오두편에는 “덜떨어진 젊은 녀석이 부모가 화를 내도 고치지 않고, 스승이 가르쳐도 변할 줄 모른다”는 내용이 있다.
▶지난겨울 알게 된 20대 대학생 A씨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86세대’ 아버지 아래서 자랐다. 대학생이 된 뒤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진보 성향인 부모와 의견이 달라 자주 부딪쳤다. 아버지는 A씨에게 “네가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꾸짖었다고 한다. 그 아버지는 아마도 80년대 대학 시절 보수 성향 부모로부터 똑같은 질책을 들었을 것이다. A씨와 부모의 갈등은 커졌고, 둘의 정치 성향도 극단화됐다. A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고, 그 아버지는 찬성 집회에 자주 나갔다.
▶2030 세대의 정치 성향은 부모 세대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조사 결과 2030 세대의 이념 성향 지수(5점 이상이 보수적)는 5점을 넘었다. 4점대인 86 세대와 대비됐다. 2030 세대는 86 세대에 대한 적개심도 강했다. 86 세대가 수십 년간 사회 곳곳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수혜 입는 걸 기득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80년대에는 데모만 해도 졸업하면 기업이 모셔 갔다는 얘기가 청년들에게 별천지처럼 들린다.
▶1990년대만 해도 86세대의 운동권 문화가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엔 이런 문화가 끊겼다. 86세대의 사상을 전파하던 대학 운동권 조직은 와해되거나, 사변적인 논쟁으로 외면받았다. 학생들이 ‘독재 타도’ ‘노동자 단결’과 같은 운동권 주장에 공감하지 못하자 “시내에 놀러 나가자” “밥을 사주겠다”며 끌어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마스크·장갑을 나눠주며 시위를 하자고 하면 대부분 회피했다. 이제 대학가에 남은 운동권은 주사파 계열인 대진연 정도다.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조국 전 장관이 “2030 세대 일부, 특히 남성 일부는 극우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20년 전 40대의 유시민씨는 “60대 이상은 뇌가 썩는다”고 하더니 이제 60대가 된 유씨는 2030 남성들을 ‘쓰레기’라고 했다. 뭘 모르는 청년층이 “그저 극우 유튜브에 빠져서” 보수화됐다는 주장이다. 젊은 세대를 못마땅해하는 기성세대 정서는 시대와 이념과 상관없이 이어지는 모양이다.
[양승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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