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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640만 원 받은 송도 총격범… '살려 달라' 아들 애원에도 추가 격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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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640만 원 받은 송도 총격범… '살려 달라' 아들 애원에도 추가 격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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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전처·아들이 320만 원씩 '중복 지원'
전처 지원 끊기자 "나만 고립" 망상에 범행


인천 송도에서 사제 총기로 30대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 A씨가 7월 30일 인천 논현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인천 송도에서 사제 총기로 30대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 A씨가 7월 30일 인천 논현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인천 송도 총격 사건’의 범인 조모(62)씨가 생일잔치를 열어 준 30대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매달 전처·아들로부터 중복 지급받던 ‘생활비 640만 원’의 중단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복 지원’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전처가 생활비 제공을 끊자, ‘나를 함정에 빠뜨렸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끝에 어이없는 범행을 저질렀다는 얘기다.

생활비 양쪽서 중복 지급받고도 숨겨


25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이 검찰에서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조씨는 2015년 전처 A씨와의 사실혼 관계 청산 후에도 A씨와 아들 B씨에게서 매월 320만 원을 받아 유흥비와 생활비로 썼다. 그런데 2021년 8월~2023년 9월, 약 2년 동안에는 두 사람으로부터 각각 320만 원씩, 총 640만 원을 건네받으면서도 이를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중복 지급’을 알게 된 A씨는 해당 기간만큼 생활비 지원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조씨는 예금 해지 등으로 돈을 마련했을 뿐,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부터는 누나로부터 생활비를 빌리기까지 했다.

결국 생계 곤란에 빠지자 조씨는 망상에 빠졌다. ‘전처와 아들이 경제적 지원을 할 것처럼 행동하면서 나를 속여 아무런 대비를 못 하게 만들었다’거나 ‘나만 홀로 살게 하며 고립시켰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자기)들끼리 짜고 나를 ‘셋업한’(함정에 빠뜨린) 거지”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조씨는 자신의 성폭력 범행(1998년)으로 이혼하고 방탕한 생활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졌으나 모든 문제의 원인을 전처와 아들에게 돌렸다”며 “아들 일가를 살해하는 방법으로 복수를 결심했다”고 판단했다.



'인천 송도 총격 사건'의 피의자인 조모(62)씨의 서울 도봉구 자택에서 발견된 사제 폭발물들. 인천경찰청 제공

'인천 송도 총격 사건'의 피의자인 조모(62)씨의 서울 도봉구 자택에서 발견된 사제 폭발물들. 인천경찰청 제공


10년간 운전 안 하다 범행 전 3회 연습


조씨의 범행 준비는 치밀했다. 온라인 쇼핑몰로 사제 총기 제작 도구를 구입하고, 주거지에서 뇌관을 이용한 격발 실험도 했다. 10년간 운전을 하지 않았지만, 범행에는 차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세 차례의 운전 연습까지 했다.

특히 총을 맞은 뒤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아들을 향해 추가 격발을 하는 잔인함도 보였다. 사건 당일인 지난달 20일 조씨는 인천시 연수구에 있는 아들의 자택에서 열린 자신의 생일 파티 도중 “편의점에 다녀오겠다”며 나간 뒤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량에 숨겨 둔 총기와 실탄을 챙긴 그는 현관 앞 복도에서 총열에 실탄을 장전한 다음 초인종을 눌렀고, 문을 연 아들에게 곧바로 총을 쐈다. 벽에 기댄 채 호소하는 아들의 오른쪽 가슴 부위에 또다시 총을 발사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경찰은 “프로파일러 면담을 진행한 결과, 조씨를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진단 검사 대상자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인천지검 전담수사팀은 14일 살인과 살인미수, 총포·도검·화약류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현주건조물 방화 미수 등 혐의로 A씨를 구속기소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