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 찰스 쿠슈너 주프랑스 미국 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번째 아내였던 이바나 트럼프의 장례식에 참석한 모습. 쿠슈너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돈이다. A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돈인 찰스 쿠슈너 주프랑스 미국 대사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반유대주의 대응에 소극적”이라며 비판했다. 최근 마크롱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이스라엘에 이어 미국도 프랑스와 날을 세우는 모양새다.
쿠슈너 대사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보낸 이런 내용의 서한을 2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먼저 공개했다. 서한에서 쿠슈너 대사는 “프랑스 땅에서 (나치에 의한) 유대인 강제 추방을 종식한 파리 해방 81주년을 맞아, 프랑스에서의 반유대주의 급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조처 부족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반유대주의가 프랑스 사회에 상처를 낸 지는 오래됐지만,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야만적인 공격 이후 폭증했다”며 “프랑스에선 유대인이 거리에서 공격당하거나, 유대교 회당(시너고그)과 학교가 훼손되며 유대인 소유 회사가 파괴되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크롱 대통령에게 “단호히 행동하기를 촉구한다. 예외 없이 증오 범죄 처벌법을 강화하고, 유대인 학교·유대교 회당·사업체 안전을 보장하며, 범죄자를 최대한 중하게 기소하고, 하마스와 그 동맹들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조처를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쿠슈너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의 아버지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아들이기도 하다.
프랑스 언론은 쿠슈너 대사가 최근 마크롱 대통령을 비난해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주장에 힘을 실었다고 해석했다. 지난 7월 마크롱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네타냐후 총리는 19일 서한에서 “(국가 인정 방침이) 거리에서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조장한다”고 공격한 바 있다.
쿠슈너 대사도 이날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공개 발언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움직임은 극단주의자를 더욱 대담하게 만들며 폭력에 기름을 끼얹는다”며 “오늘날의 세계에서 반시오니즘은 명백히 반유대주의”라며 네타냐후 총리를 거들었다.
이에 대해 르몽드는 “쿠슈너는 서한에서 (네타냐후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견해를 갖고 있다”며 “이런 행보와 어조는 트럼프 행정부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려는 프랑스의 계획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프랑스 정부는 25일 쿠슈너 대사를 초치하겠다고 예고하며 강력 반발했다. 르피가로에 따르면, 프랑스 외무부는 이날 서한이 공개된 뒤 성명을 내어 그의 주장을 “용납할 수 없”으며 “단호히 반박한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2023년 10월7일 이후 프랑스에서의 반유대주의 행위가 증가하는 점은 우리 역시 매우 유감스럽게 받아들인다. 프랑스 당국은 총력 대응하고 있다”고 맞대응했다. 이어 쿠슈너 대사의 발언은 “프랑스-미국 관계의 수준과 이를 통해 동맹국 간에 만들어야 할 신뢰에 걸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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