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1심 판결 뒤집고 빙그레 승소 판결
설문조사 근거로 '소비자 혼동 가능' 판단
응답자 79.2% "두 제품의 포장 서로 유사"
빙그레가 아이스크림 '메로나' 포장지 형식을 사용하지 말라며 서주를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1심에선 멜론 같은 본연의 색상은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영역에 속한다며 서주 측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선 무작위 설문조사를 근거로 소비자가 두 제품 포장지를 헷갈릴 수 있다고 판단해 빙그레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25일 빙과류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5-2부(부장 김대현)는 빙그레가 서주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청구 소송에서 21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서주 측 '메론바' 포장지 3종을 사용하거나 이를 사용한 아이스크림을 제조 판매 양도 전시 수출입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사무실 및 매장 등에 보관·전시 중인 포장을 폐기하라고 명령했다. 서주 측이 승소했던 1심과 반대로 빙그레가 완승을 거둔 셈이다.
두 회사는 모두 막대형 멜론맛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팔고 있다. 빙그레는 1992년부터 메로나를, 서주는 2014년 관련 사업권을 취득한 뒤 메론바를 판매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연녹색을 띠는 비슷한 포장지를 사용하고 있다. 빙그레는 △멜론의 특징을 살린 연녹색 독특한 바탕색 △기존 글씨체와 다른 심미감이 느껴지는 독특한 글씨체 △포장지 중앙에 제품 이름을 배치한 점이 메로나만의 차별점이라며 2023년 서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과일을 소재로 한 제품에 있어 그 과일이 가지는 본연의 색상은 누구라도 이를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공익상 적절하지 않다"며 빙그레 주장을 물리쳤다.
설문조사 근거로 '소비자 혼동 가능' 판단
응답자 79.2% "두 제품의 포장 서로 유사"
빙그레의 '메로나'(왼쪽 사진)와 서주의 '메론바'. 빙그레·서주 홈페이지 캡처 |
빙그레가 아이스크림 '메로나' 포장지 형식을 사용하지 말라며 서주를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1심에선 멜론 같은 본연의 색상은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영역에 속한다며 서주 측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선 무작위 설문조사를 근거로 소비자가 두 제품 포장지를 헷갈릴 수 있다고 판단해 빙그레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25일 빙과류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5-2부(부장 김대현)는 빙그레가 서주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청구 소송에서 21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서주 측 '메론바' 포장지 3종을 사용하거나 이를 사용한 아이스크림을 제조 판매 양도 전시 수출입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사무실 및 매장 등에 보관·전시 중인 포장을 폐기하라고 명령했다. 서주 측이 승소했던 1심과 반대로 빙그레가 완승을 거둔 셈이다.
두 회사는 모두 막대형 멜론맛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팔고 있다. 빙그레는 1992년부터 메로나를, 서주는 2014년 관련 사업권을 취득한 뒤 메론바를 판매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연녹색을 띠는 비슷한 포장지를 사용하고 있다. 빙그레는 △멜론의 특징을 살린 연녹색 독특한 바탕색 △기존 글씨체와 다른 심미감이 느껴지는 독특한 글씨체 △포장지 중앙에 제품 이름을 배치한 점이 메로나만의 차별점이라며 2023년 서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과일을 소재로 한 제품에 있어 그 과일이 가지는 본연의 색상은 누구라도 이를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공익상 적절하지 않다"며 빙그레 주장을 물리쳤다.
재판부 "높은 점유율 메로나에 편승 의도 의심"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청사. 강예진 기자 |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달리 판단했다. △포장이 국내에 널리 인식된 상품 표지 인지 여부 △상품 표지의 유사 여부 △상품 주체의 혼동 가능성 여부 등 세 가지 쟁점으로 나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다른 결론을 내린 가장 큰 근거는 설문조사였다. 빙그레는 시장조사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올해 1월 6~8일 전국에 거주하는 14~69세 남녀 총 2,000명(남자 1,022명, 여자 978명, 인구비례 할당 적용)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1,000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됐다. A그룹에겐 빙그레와 메로나 부분을, B그룹에겐 서주와 메론바 부분을 각각 가린 채 제시했다. 이렇게 포장 일부를 가린 상태에서 A그룹에선 포장만 보고도 제품 명을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전체 응답자의 91.6%)의 89.1%가 정확하게 메로나라고 짚었다. 반면 B그룹에선 제품명을 알고 있다던 응답자가 94.2%였지만 메론바라고 정확하게 응답한 사람은 6.4%에 불과했다.
게다가 전체 응답자의 79.2%(복수 응답)가 '두 제품의 포장이 서로 유사하여 혼동하여 잘못 구매할 수도 있을 것 같다'거나 '두 제품의 포장이 서로 유사하여 같은 회사나 서로 연관된 회사에서 생산 판매하는 제품일 것 같다'고 답변했다. '두 제품의 포장이 서로 유사해 혼동하여 잘못 구매할 수도 있을 것 같다'(60.3%)는 응답자들은 '포장지 전반적인 구성이 유사하여 전체적으로 인식되는 포장 이미지가 비슷해서'(79.8%) 또는 '제품명의 글씨체 및 크기가 비슷해서'(52.1%)라고 이유를 꼽았다.
재판부는 "(메론바) 포장은 모두 (메로나) 포장과 그 외관 및 인상이 매우 유사하다"면서 "바(막대) 형태의 멜론 맛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가진 (메로나) 포장의 상품표지로서의 주지성과 인지도에 편승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상당히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빙그레와 서주 간 소송전은 1, 2심 판결이 엇갈린 만큼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