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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때아닌 ‘청바지 광고 전쟁’…트럼프·K팝 아이돌도 가세

이데일리 방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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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때아닌 ‘청바지 광고 전쟁’…트럼프·K팝 아이돌도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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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 아메리칸 이글, 백인 우월주의 논란
경쟁사 갭, 하이브의 걸그룹 '캣츠아이' 앞세워 맞불
SNS서 진영간 설전…정치·이념 갈등으로 확산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청바지 시장이 때아닌 ‘광고 전쟁’으로 들썩이고 있다. 아메리칸 이글이 백인 우월주의·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광고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공개 지지를 표한 가운데, 경쟁사인 갭(GAP)이 최근 K팝 아이돌 ‘캣츠아이’를 앞세워 다양성·포용성을 강조한 광고로 반격에 나서면서다. 단순 브랜드 경쟁을 넘어 정치·이념 갈등으로까지 확산하는 모습이다.

‘캣츠 아이’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게펜 레코드와 함께 오디션을 통해 선발·제작한 걸그룹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활동할 계획이다.

미국 여배우 시드니 스위니의 금발·푸른눈을 부각하며 유전자 우월을 연상시키는 문구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아메리칸 이글의 청바지 광고. (사진=아메리칸 이글)

미국 여배우 시드니 스위니의 금발·푸른눈을 부각하며 유전자 우월을 연상시키는 문구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아메리칸 이글의 청바지 광고. (사진=아메리칸 이글)


24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과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 등에선 아메리칸 이글과 갭의 광고를 놓고 미국 내 소비자들 간 설전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말 아메리칸 이글이 공개한 ‘시드니 스위니는 훌륭한 진(jeans·청바지)을 가졌다’는 광고 문구였다. 광고 영상에서 스위니의 금발, 푸른 눈을 강조하며 ‘진’과 발음이 같은 ‘유전자’(genes) 의미를 이중적으로 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부 소비자들과 전문가들은 인종적 우월감을 표현한 것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스위니가 공화당원이라는 사실에 기뻐하며, 이 광고는 정말 멋지다”며 공개 지지 의사를 밝혔다. JD 밴스 부통령도 “평범한 미국 소녀가 청바지 광고를 한 것일 뿐”이라며 옹호했고, 보수 진영 일각에서도 “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예쁜 백인 금발 모델마저 공격을 받는다”고 거들었다. 이후 아메리칸 이글의 주가가 장중 2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1997년생인 스위니는 미국 2030 여성들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백인 배우로, 2018년부터 다양한 TV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활동했다. 섬세한 연기력과 다양한 캐릭터 소화 능력, 성공적인 제작자 데뷔 등으로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논란이 심화한 건 경쟁사인 갭이 ‘더 나은 청바지’(Better in Denim)라는 슬로건과 함께 아메리칸 이글에 반박하는 새 광고를 지난 19일 공개하면서부터다.

갭은 광고에서 하이브 소속 글로벌 K팝 걸그룹 캣츠아이를 앰배서더로 내세워 다양한 인종·체형의 모델, 댄서들이 음악에 맞춰 함께 춤추는 장면을 부각했다. 광고 음악 역시 흑인 아티스트 켈리스의 2003년 히트곡이자 흑인·여성·젠더 다양성을 상징하는 ‘밀크셰이크’(Milkshake)가 채택됐다. 갭은 공식 보도자료에서 “회사가 추구하는 자유, 다양성, 포용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광고”라며 인종·젠더 구분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K팝 걸그룹 캣츠아이를 모델로 기용해 다양성을 강조한 갭 청바지 광고. (사진=GAP)

K팝 걸그룹 캣츠아이를 모델로 기용해 다양성을 강조한 갭 청바지 광고. (사진=GAP)




이후 SNS에서는 아메리칸 이글 광고와 비교하며 갭 광고에 대한 호평이나 지지하는 게시물이 폭증했고, 여전히 아메리칸 이글을 지지하는 소비자들과 매일같이 설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광고 전쟁이 단순한 브랜드 경쟁을 넘어, 미국 내 정치·이념 갈등으로까지 번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 언론들은 반(反)이민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 개입이 마중물이 됐다며, 진영 간 논쟁 격화로 미국 사회 내 갈등이 더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일각에선 두 회사 모두 대형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뱅가드가 6~16% 수준으로 지분을 대량 보유해 ‘집안싸움’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