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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더 나오기도 밀어내기도 어렵다 : 李 정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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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더 나오기도 밀어내기도 어렵다 : 李 정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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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름 기자]

새로 만들고 있는 아파트가 줄었다. 2~3년 내에 주택 공급의 가뭄이 올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집을 짓기 시작하더라도 공사 기간을 더 줄일 수는 없다. 예고된 공급 가뭄에 신축을 늘리는 게 답일 수 없다는 얘기다.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시장에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느냐가 결국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이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다. 이재명 정부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최근 3년간 서울의 아파트 착공 물량은 전 기간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사진 | 뉴시스]

최근 3년간 서울의 아파트 착공 물량은 전 기간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사진 | 뉴시스]


서울에 '아파트 공급 가뭄'이 몰려올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근거는 '착공' 물량이 줄었다는 거다. 그렇다면 착공과 공급 가뭄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국내에서 주택 건설 통계를 좌우하는 지표는 인허가, 착공, 준공 등 크게 3가지다.


인허가는 주택 건설 허가를 받은 물량을 의미한다. 인허가를 득했다고 곧바로 공사에 들어가는 게 아니어서 이를 주택공급량과 직접 연관짓긴 어렵다. 인허가와 달리 착공은 공사를 시작한 현장을 말하고, 준공은 모든 공사가 끝난 주택을 의미한다. 그래서 '실제 존재하는 주택'을 보려면 준공 통계를 확인해야 한다. 반면, 미래의 주택 공급량을 가늠할 땐 착공 통계를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럼 현재 착공 통계가 어떻길래 '아파트 공급 가뭄'이란 우려가 나오는 걸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파트 착공 물량은 계속해서 줄어왔다. 2020~2022년(각해 1~5월 누적) 착공 물량은 전국 40만3690호, 수도권 21만4307호, 서울 4만3101호였다.


3년 후인 2023~2025년 1~5월 착공 물량은 전국 21만4197호, 수도권 13만1851호, 서울 2만8503호로 직전 기간 대비 46.9%, 38.4%, 33.9% 줄었다. 현재 착공 물량이 늘어났더라도 미래에 입주가 가능한 주택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2~3년 후 주택 공급을 늘릴 방법은 없을까. 착공 물량 감소로 '새 아파트' 공급량이 줄어들 게 분명하다면 다른 대안은 없는 걸까. 다행히 당장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다주택자 보유 주택이 시장에 풀리도록 유인하고 이를 무주택자가 구입하면 그 자체로 공급 효과가 발생한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려면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자료 | 국토교통부, 참고 | 3년치 통합, 1~5월 누적치]

[자료 | 국토교통부, 참고 | 3년치 통합, 1~5월 누적치]


관건은 다주택자 보유 주택이 시장에 풀렸을 때 이를 살 수 있는 무주택자가 얼마나 많으냐는 점이다. 이 질문의 답을 연소득 5000만원 2인 가구의 사례를 적용해 풀어보자.[※참고: 이는 2인 가구 중위소득(4719만1896만원)에 가장 가까운 가구다.]


연 50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2인 가구가 주택담보로 대출을 일으킬 때 고려해야 하는 담보인정비율(LTV)은 규제 지역 기준 50%. 여기에 총부채상환비율(DSR)을 적용하면 대출 가능 금액은 2억8700만원(30년 만기ㆍ원리금 균등 상환ㆍ금리 4.2% 가정)이다. [※참고: DSR은 가계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용하는 비율이다. DSR이 40%일 때 1년간 원리금 상환액은 차주의 연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다.]


연소득 5000만원인 수요자가 2억8700만원을 빌려서 LTV 50%를 적용한 아파트를 사려면 해당 아파트의 가격이 5억74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이보다 저렴한 아파트가 시장에 매물로 많이 나오면 수요자 입장에선 '살 수 있는 아파트가 늘어났다'고 느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주택자의 보유주택이 풀리든 말든 별 효과가 없다.


중위 소득 수준인 사람들에게 실제 서울 아파트 값은 어떻게 느껴졌을까.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당 1401만7000원이었다. 전용면적 84㎡ 아파트로 가정하면 이 서울 아파트 가격은 11억7742만원이다. 이렇게 가격이 높은 상황이라면 다주택자 보유주택을 정책적으로 활용해 '공급난'을 해결하는 건 쉽지 않다.


그렇다면 기존 주택의 가격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매물을 축적하는 것이다. 기존 주택 중 시장에 나오는 주택이 늘어난다면 기존 주택의 가격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시장에 나오는 매물량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파트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물 수는 2022년 최소 4만9000여호(12월 기준)에서 최대 6만2000호(8월 기준)를 오갔다. 2023년과 2024년엔 최소 4만여호(1월 기준) 최대 8만여호(11월 기준), 최소 7만3000여호(1월 기준) 최대 9만여호(11월)였다. 올해엔 7만4000여호(8월 기준)에서 9만3000여호(3월 기준) 사이에서 매물이 움직였다. 신축 주택 공급과 무관하게 시장에 풀리는 매물량이 천차만별이란 거다.


지금처럼 주택 공급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려면 방법은 결국 두개다. 가격 안정에 초점을 맞추거나 미래엔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는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는 '3기 신도시'와 같은 대량 주택 공급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미래 공급이 불안하다'는 시장의 우려와 정책 사이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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