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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이 드론으로 경찰 헬기까지 격추… 무법천지 된 콜롬비아

조선일보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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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이 드론으로 경찰 헬기까지 격추… 무법천지 된 콜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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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남미 국가 콜롬비아 서부 바예데카우카주의 대도시 산티아고데칼리에 있는 마르코피델수아레스 공군 기지 인근에서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경찰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1일 남미 국가 콜롬비아 서부 바예데카우카주의 대도시 산티아고데칼리에 있는 마르코피델수아레스 공군 기지 인근에서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경찰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 콜롬비아에서 마약 단속에 나섰던 경찰 헬기가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추락하고, 공군 기지를 겨냥한 차량 폭발 테러가 발생해 최소 18명이 숨졌다. 중무장 마약 조직들이 공권력을 상대로 테러를 벌이며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P·로이터 등에 따르면 21일 오전 경찰의 블랙호크 UH-60 헬기가 코카인 원료인 코카나무를 제거하기 위해 안티오키아주 아말피 지역 상공을 비행하던 중 드론 공격으로 격추됐다. 탑승자 16명 중 12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안티오키아주는 미국·유럽으로 마약을 밀매하기에 유리해 여러 조직이 세력 다툼을 벌이는 곳이다.

몇 시간 뒤 오후 2시 50분쯤에는 아말피에서 약 540㎞ 떨어진 서부 바예데카우카주의 대도시 산티아고데칼리의 마르코 피델 수아레스 공군 기지 인근에서 차량이 폭발해 민간인 포함 최소 6명이 숨졌다.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영상에는 피를 흘리며 거리에 쓰러진 시민들과 인근 건물 유리창이 산산조각 난 모습이 담겼다. 산티아고데칼리 일대에선 지난 6월에도 경찰서 등을 노린 연쇄 차량 폭발 테러로 8명이 목숨을 잃었다.

공산주의 극좌 무장 조직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잔당 중앙총참모부(EMC)가 잇따른 테러의 배후로 파악됐다. 1964년 국가 전복을 목표로 창설된 FARC는 정부와 협상을 맺고 2017년 제도권 정당이 됐다. 그러나 이에 반발해 이탈한 잔당은 EMC를 꾸려 마약 재배로 이권을 유지하며 무장 게릴라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이들의 사실상 유일한 수입원인 마약 거래를 강력 단속하자 테러로 맞서는 것이다.

당초 당국은 EMC와 경쟁 관계인 콜롬비아 최대 범죄 조직 ‘클란 델 골포’를 배후로 지목했다. 앞서 코카인 약 1.5t을 정부에 압수당한 이 조직의 보복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대 1만4000명으로 추정되는 전투원을 보유하고, 방탄 차량과 자폭 드론 등을 사용하며 특수부대 수준의 정보·감시 네트워크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한 평화”를 명분으로 무장 조직들과 평화 협정을 추진했던 좌파 성향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공권력이 범죄 조직을 압도하지 못하는 가운데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치안이 불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테러 이후 야권에선 “완전한 평화라는 환상에서 깨어나 범죄자들에 맞서라”는 비판이 나왔다.


21일 콜롬비아 바예데카우카주 산티아고데칼리의 공군 기지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폭발물 테러에 가담한 용의자(오른쪽) 모습.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X

21일 콜롬비아 바예데카우카주 산티아고데칼리의 공군 기지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폭발물 테러에 가담한 용의자(오른쪽) 모습.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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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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