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각)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소녀 샤헤드 타리의 장례식에서 가족들이 슬퍼하고 있다. 가자시티/로이터 연합뉴스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인 6명 중 5명(83%)이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이 아니라 민간인이라고 영국 가디언이 이스라엘군의 비공개 통계자료 등을 바탕으로 분석해 보도했다. 1994년 르완다 내전 중 집단 학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의 학살, 1992~1995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8천명의 무슬림을 학살한 ‘스레브레니차’ 학살 사건에 이어 민간인 학살 비중이 높은 ‘이례적’ 전쟁이라고 짚었다.
21일(현지시각) 가디언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매체인 +972 매거진 등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2023년 10월7일 가자 전쟁이 발발하고 19개월 지난 올해 5월까지 이스라엘 정보 당국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 8900명이 사망했거나 사망했을 것으로 분류했다. 하마스가 관장하는 가자지구 보건부가 당시 집계한 가자지구 주민 사망자는 5만3천명이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하마스 대원과 민간인 사망자를 따로 구분하지는 않는다. 두 수치를 종합하면 이스라엘군이 파악한 하마스 대원 사망자 수는 전체 사망자 수의 17%에 불과했다. 나머지 83%가 민간인이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전쟁에서 민간인 사망자 수가 전체 사망자 수의 83%에 달하는 수치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전세계 민간인 사상자를 추적하는 웁살라 분쟁 데이터 프로그램(UCDP)에 따르면 가자의 민간인 사망자 비율(83%)는 1994년 르완다 내전 중 집단 학살(99.8%),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의 학살(95%), 1992~1995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8천명의 무슬림을 학살한 ‘스레브레니차’ 학살 사건(92%)에 이어 민간인 학살 비중이 높았다.
가디언 그래픽 갈무리. 올해 5월 기준 현재 가자지구에서의 전체 사망자 중 민간인 비중을 분류한 그래픽. |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군은 “기사에 제시된 수치는 부정확하다”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또 “해당 데이터 수치는 우리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반영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도 어떤 시스템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통계에는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팔레스타인인 4만7653명의 명단이 포함돼있다고 가디언은 밝혔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의 명예교수이자 갈등연구프로그램 책임자인 메리 칼도어는 가디언에 “가자지구에서는 민간인에 대한 배려없는 표적 암살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0일 기준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에 의한 사망자 수가 6만2192명, 부상자 수는 15만7114명이라고 밝혔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부 장관에게 가자지구 민간인에게 가한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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