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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딸’ 원작자, “깨물어도 사랑스러웠던 애완 고양이를 보고 좀비딸이 생각났죠”

조선일보 김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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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딸’ 원작자, “깨물어도 사랑스러웠던 애완 고양이를 보고 좀비딸이 생각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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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좀비딸’ 촬영장에 원작자가 찾아갔던 날, 배우들이 “저는 이정환(조정석)입니다, 저는 수아(최유리)입니다”라고 인사했다고 한다. “2년을 함께 살던 친구들이었거든요. 연재가 끝난 뒤 영영 못 만날 줄 알았는데,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었구나 싶었죠.” 웹툰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의 원작자 이윤창(39) 작가는 스케치북 속 인물이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를 얻는 순간을 그렇게 기억했다. 그는 “웹툰과 영화의 문법이 다름을 알기에 감독·배우·스태프를 전적으로 믿고 관여하지 않았다”며 “현장에선 저렇게 연출하는구나를 배웠다”고 했다.

이윤창 작가. /NEW

이윤창 작가. /NEW


스크린의 열기는 숫자로 증명됐다. 영화 ‘좀비딸’은 지난달 30일 개봉 이후 15일 연속 1위를 지켰고, 지난 13일 하루 9만 556명을 더해 누적 관객 364만 7172명을 기록했다. 기세는 원작으로 번졌다. 예고편 공개 직후 2주(5월 21일~6월 3일) 동안 웹툰 ‘좀비딸’ 몰아보기 결제는 직전 2주 대비 9배 이상, 조회 수는 5배 늘었다. 자신의 작품이 역주행을 하면서 이 작가는 “다시 작품을 짚어보고 있다”고 전했다. “저도 다시 정주행 중입니다. 볼 때마다 새 댓글이 달려요. 영화와 달라 놀라신 분도 있고요. 그래도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좀비딸' 포스터와 이윤창 작가가 직접 그린 포스터(오른쪽). /NEW

영화 '좀비딸' 포스터와 이윤창 작가가 직접 그린 포스터(오른쪽). /NEW


이 작가의 무기는 ‘사건’보다 ‘케미’다. 네이버웹툰 ‘타임인조선’(2011), ‘오즈랜드’(2014)로 다진 시트콤적 호흡이 좀비물에도 스며들었다. “큰 사건이 있어도 일상의 소소한 재미로 풀어가는 장르를 가장 잘합니다. 그래서 좀비에도 가족 이야기가 자연스레 붙었죠.” 작품 속 인물 아이디어는 의외의 ‘가족’에서 나왔다. 2014년 맡아 키운 뱅갈 고양이 ‘뱅구’에 의해 좀비딸 수아가 탄생했다고 한다. “자꾸 깨무는데도 사랑스럽더라고요. ‘내 새끼인데 나를 물어대지만 사랑스럽다’는 키워드가 딱 ‘좀비딸’이었어요.”

작품 곳곳엔 그의 취향도 배어 있다. “도시보다 시골, 미래보다 과거를 사랑한다”는 말처럼 게임보이 팩, 칼라 병아리 같은 추억의 오브제가 정서를 받친다. 그는 연화 캐릭터를 “착하고 아련하지만 또렷한, 첫사랑의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에서는 연화가 ‘맑눈광’으로 각색돼 원작과 다른 결을 만들었다.

연화를 포함해 현장에서 그를 사로잡은 건 배우들의 표정이었다. “좀비가 된 수아를 보고 엉엉 울다가 힐끔 째려보고 다시 우는 밤순(이정은 배우)의 모습이 오래 남아요.” 또 스스로 가장 아끼는 원작의 순간으로는 “수아 훈련을 위해 새벽 바다를 건너는 배 위의 정환”을 든다. “짧지만 그의 얼굴에 희망과 고난이 함께 스칩니다.” 밤순과 수아의 티키타카, 계란밥 씬의 ‘애용이’도 “언제 봐도 즐겁다”고 했다. ‘좀비딸’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 직접 발 벗고 나서기도 했다. 실제 영화에서 그는 캐리커처 작가로 카메오 출연했고, 엔딩에는 그가 그린 정환·수아·동배의 캐리커처가 등장하기도 한다.

초등학생 때 손오공을 따라 그리던 그는 고교 시절 교사 풍자 만화를 그려 연습장이 반마다 돌 정도로 만화에 빠져 있었다. 꿈꾸던 애니메이션학과에 진학했지만 “완성의 뿌듯함만큼 너무 고된 작업”이라며 진로를 잠시 멈췄고, 마트·편의점 아르바이트와 교재 디자인, 지하철 택배로 생계를 잇다 동료들의 연재 데뷔를 보며 결심했다. “더는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고, 웹툰에 올인했습니다.” 그렇게 이어진 선택은 ‘좀비딸’의 수아로 꽃을 피웠다. 한때 ‘인공지능(AI) 로봇 개그물’을 차기작으로 준비했지만 지금은 이를 멈추고 스핀오프 ‘김애용씨의 하루’를 앞두고 있다.

[김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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