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로부터 배달노동자 산재 사고 대책을 촉구하는 서한문을 전달받은 후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민주노총 제6기 9대 위원장을 지냈다. 2025.8.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정부가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에 '건별 과태료 부과제'를 도입한다. 지금까지는 형벌 규정이 적용돼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했으나 앞으로는 정부가 현장에서 직접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건별 과태료 부과와 함께 중첩된 사고 발생 때 '배수' 단위로 과태료 단위를 높여 경제적 제재 수위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18일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이 산안법 위반 조치에 한해 건별로 과태료를 부과 받는 내용으로 산안법 개정을 추진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의 양형 규정상 산안업 위반시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형벌 규정에서 행정부 자체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산안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형사처벌 대신 과태료 부과로 전환하면 행정부 차원에서 즉시 제재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은 산안법 위반 시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벌 규정을 둔다. 그러나 모든 위반 건이 법원 판단을 거쳐야 하고 실제 부과되는 벌금은 평균 12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산재 예방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권창준 고용부 차관은 "산안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으면 세보이긴 하지만 실제 기업이 체감하는 부담은 크지 않다"며 "과태료가 더 부담이 클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형벌 규정이었던 산안법 위반 사안을 과태료로 낮추면 행정부가 현장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강화되면서 기업에게는 크나큰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위반 건별 과태료 부과 외에도 동일 기업 내에서 반복된 위반에 대해 가중 제재를 검토한다. 단일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안법 위반 조치를 '기업' 단위로 넓힌다는 의미다.
예컨대 A사업장에서 '안전모 미착용'으로 100만원이 부과된 뒤, B·C사업장에서 동일한 위반이 적발되면 과태료를 150만원, 200만원으로 상향하는 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산안법상 위반 사항별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큰 제재 조치가 될 수 있는데 여기에 더해 사업장별이 아닌 기업별로 과태료 액수를 중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법원의 판단을 받기 전부터 산안법을 지키고 산재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6일 포스코이앤씨 공사 현장에서 잇따라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공공입찰 금지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Copyright (C)/사진=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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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법 위반 '건별'로 과태료 부과…기업 처벌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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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모 미착용 100만원' '사업장내 온도계 미설치 100만원' '안전난간대 흔들림 100만원'….
앞으로 사업장내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조치가 발생하면 '건별'로 과태료가 부과된다. 600개에 달하는 안전·보건 조치가 과태료 대상이 되는 셈이다. 기업은 근로감독관이 지적한 사안별로 과태료를 납부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안법 38조와 39조는 안전·보건 조치 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 △전기, 열, 그 밖의 에너지에 의한 위험 △전기, 열, 그 밖의 에너지에 의한 위험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등에 대해 사업주가 안전 조치를 해야 한다.
위반 시 시정명령을 받거나 사고 발생 시 징역형·벌금형에 처해졌다. 정부는 이 같은 형벌 규정을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가 직접 과태료로 제재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통로 확보 △보호구 착용 △추락·붕괴 위험 방지 △관리감독자 직무 등 600여개 예방 조치를 상세히 규정한다. 앞으로 근로감독관이 감독 과정에서 적발한 모든 위반이 과태료 대상이 된다. '즉시성'의 효과도 갖는다.
정부 관계자는 "감독관이 한 번 점검에서 최소 10개 위반을 찾을 수 있는데 건별 부과가 이뤄지면 기업은 안전 조치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실효성 있는 산재예방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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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산안법 위반시 과중하게 과태료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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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 건별 과태료 부과에 더해 같은 위반이 반복되면 금액이 가중된다. 반복 위반 행위도 사업장 단위를 넘어 기업 단위로 확대 적용한다. 같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건설업처럼 전국에 현장이 있는 경우 A사업장에서 적발된 '안전모 미착용'이 B·C사업장에서도 반복되면 최초 100만원에서 150만원, 200만원으로 올라가는 구조다.
현재 산안법 시행령에는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다. 유일한 과태료 내용이다. 다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대상으로 한다. 시행령 과태료 부과 기준에 따르면 특고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 등을 위반한 경우 △1차 위반 과태료 500만원 △2차 위반 과태료 700만원 △3차 이상 위반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체계를 일반 근로자 안전·보건 조치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특고 보호 차원에서 만든 규정을 일반 근로자까지 넓히는 것"이라며 "재발 시 과태료를 무겁게 해 기업 스스로 조치를 강화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29/뉴스1 Copyright (C)/사진=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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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논의까지…건별 과태료에도 중소기업 생사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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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근절을 위해 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행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처벌 규정을 확대하는 것 또한 이같은 차원이다.
그러나 건별 과태료 제도가 시행되면 중소기업 부담은 대기업보다 훨씬 크다. 특고 규정을 준용할 경우 근로감독관이 위반 5건을 적발하면 최소 2500만원을 즉시 납부해야 한다. 600여개 조항이 모두 과태료 대상인 만큼 제재 규모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검토중인 다수·반복 사망사고 시 법인에 대한 과징금 제도의 경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과징금은 본래 '부당이득 환수' 개념이다. 담합이나 내부거래처럼 매출액을 기준으로 이익을 산출할 수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 산재 사고는 기업이 이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어서 법적·철학적 정합성 논란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과징금의 법적 성격과 산재 사고에 대한 제재는 다르다"며 "근로감독관의 작업중지, 건별 과태료 부과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경제적 제재가 가능하다. 과징금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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