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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폭염에 올해 쌀값 '심리적 저항선' 위협… 정부는 3만 톤 수급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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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폭염에 올해 쌀값 '심리적 저항선' 위협… 정부는 3만 톤 수급 조절

서울맑음 / -2.6 °
벼 무르익는 시기 고온 현상
도정하면 남는 쌀의 양 축소
7월 20kg 쌀값 6만 원 돌파
올해 무더위도 악영향 전망


올해 들어 쌀값이 평년을 웃도는 가운데 11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쌀 포대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쌀값이 평년을 웃도는 가운데 11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쌀 포대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시중에 유통 중인 쌀 부족으로 올해 쌀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유례없는 무더위 탓에 작황이 좋지 않았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수급 조절에 나선 결과 가을 무렵엔 쌀값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이지만 올해도 폭염이 극심한 만큼 생산량이 떨어져 내년 쌀값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점쳐진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20㎏ 쌀값 평균은 5만6,246원으로 평년(5만3,476원) 대비 5.2% 높은 수준이다. 특히 여름철 들어 쌀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14일 기준 쌀값은 5만8,850원으로 평년보다 11.6%나 높다. 지난달 하순에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인 6만 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대형 마트에서 주로 판매되는 20㎏ 쌀이 6만 원을 넘어가면 "쌀값이 비싸다"는 불만이 나온다는 게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명이다.

1년 전에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8월 20㎏ 쌀값은 5만1,776원으로 최근 3년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정부는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시중에 유통 중인 쌀 26만 톤을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했다. 수요 대비 과잉 공급된 양(5만6,000여 톤)의 4배가 넘는 분량이었다.

올해 쌀값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해 쌀값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올해 쌀값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해 쌀값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문제는 '날씨 변수'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쌀 생산량은 벼 이삭이 나오고 무르익는 8~9월 평균기온이 22도로 유지될 때 극대화된다(국립식량과학원 보고서). 최적의 온도보다 1도 올라갈 때마다 쌀 생산량은 약 5%씩 감소한다. 지난해 여름철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9도 높은 25.6도로 나타나 '역대 가장 뜨거운 여름'을 기록했다.

실제 지난해 재배된 벼는 알맹이가 부실했다. 벼의 도정수율은 통상 72% 수준인데, 지난해 벼의 경우 60%대 후반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도정수율은 벼 껍질을 벗겼을 때 남은 쌀의 비율을 말하는데, 도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수율 예측은 어려운 편이다.

지난해 폭염 등 영향으로 올해 쌀 유통량이 줄자 정부는 비축하고 있던 물량을 시장에 풀었다. 농식품부는 현재 시중에서 부족한 쌀 3만 톤을 이달 말까지 유통업체에 임대하기로 했다. 정부 쌀을 받은 업체가 올해 생산된 쌀을 내년에 갚는 방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통상 수확철이 지나면 쌀값이 내려가기 때문에 올가을이면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해도 폭염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지난달 전국의 폭염(일 최고기온 33도 이상) 일수는 14.5일로 기상관측 이래 역대 세 번째로 길었다. 입추(7일)를 훌쩍 넘긴 15일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이런 무더위가 지속되면 올해 재배되는 벼 역시 도정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