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일본프로골프 일본 오픈서 한국인 최초 국제 대회 우승
1985년 직접 기증…국적·이름 복원한 우승 트로피도 보관 예정
1985년 직접 기증…국적·이름 복원한 우승 트로피도 보관 예정
연덕춘 전 고문이 우승 당시 사용했던 골프채 |
(천안=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광복 80주년을 맞아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수장고에 보관된 한 골프채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골프채는 '골프계의 손기정'으로 불리는 고 연덕춘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이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국제대회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녹슨 클럽헤드, 나무 재질의 샤프트, 그립 테이프를 감은 그립까지 8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1916년 서울에서 태어난 연 고문은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장인 경성골프클럽에서 캐디로 일하던 친척과 인연으로 골프에 입문했다.
1934년 일본으로 골프 유학길에 올라 일본 프로 자격을 취득하고서 선수 생활을 시작, 1941년 일본프로골프(JGA) 최고 권위의 국제대회인 일본 오픈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스틸 샤프트가 처음 만들어진 지(1922년) 한참 지난 뒤였지만 연 고문을 우승으로 이끈 이 골프채는 묵직한 우드 샤프트였다. 골프클럽세트의 클럽(골프채) 수도 단 4개로 단출했다.
연 고문은 골프채를 독립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이후인 1985년 독립기념관에 직접 기증했다.
독립기념관은 항온·항습 기능이 있는 수장고에서 이를 보관하고 있다.
현재 국가등록문화재 500호로 지정된 연 고문의 골프채는 2016년 광복 71주년 및 독립기념관 개관 29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역동 대한민국 스포츠, 그 고난과 환희의 역사'에서 처음 대중에 공개됐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독립운동사 자료 수집과 보존 연구를 하는 우리 기관에 연덕춘 선생께서 직접 (골프채를) 기증해주셨다"며 "그 뜻을 기려 후손들에게 기증품에 담긴 의미와 상징성을 알리기 위해 온전히 보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14일 전했다.
연덕춘 전 고문이 우승 당시 사용했던 골프채 |
그는 독립 이후인 1958년 한국 최초의 프로골프 대회 초대 우승을 차지했고, 1968년엔 후배들과 함께 KPGA를 결성했다.
이후 2004년 별세하기 전까지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했다.
하지만 지금껏 일본프로골프 역사에서는 '연덕춘'이라는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연 고문은 일제강점기 시절 '노부하라 도쿠하루'라는 일본 이름으로 대회에 출전했고, JGA는 1941년 일본 오픈 대회 우승자를 '일본 선수 노부하라'로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 대한골프협회(KGA)는 지난해 JGA에 연 고문의 국적과 이름 수정을 요청했고, 광복 80주년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한 올해 4월 동의를 끌어냈다.
또한 KPGA는 한국 전쟁 당시 유실된 연덕춘 고문의 일본오픈 우승 트로피를 복원해 지난 12일 공개하기도 했다. 이 트로피는 독립기념관에 보관될 예정이다.
1941년 일본오픈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고 연덕춘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 |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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