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022년 초연, 2023년 뉴욕서도 전 회차 매진
"젊은 세대에게 전통은 새로운 멋"
"단순함과 정교함의 완벽한 동기화, 치밀하게 짜인 움직임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놀라운 춤의 밤을 여는 서막일 뿐이다."(뉴욕 공연 평론가 홀리 함스)
2년 전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펼쳐진 서울시무용단의 '일무'에 대한 호평을 접한 정구호(63) 연출가는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무대·의상·조명 등을 총괄한 연출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그는 공연계와 처음 인연을 맺은 30년 전을 떠올렸다. 정구호는 패션 디자이너로 먼저 이름을 알렸지만 뉴욕 유학 시절 친분을 쌓은 안성수 현대무용가의 공연에 일찍부터 무대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그는 "이게 30년의 결과물이구나, 이것을 위해 달려왔구나 싶었다"고 뉴욕 공연을 회상했다.
세계 공연 중심지 뉴욕에서 인정받은 '일무'가 21~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다시 오른다.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의 의식무(儀式舞)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일무'는 군무의 역동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정구호와 안무가 정혜진·김성훈·김재덕의 협업으로 2022년 초연됐으며, 올해 공연은 지난달 이미 전석 매진됐다. 정구호는 "과거에는 서양 문물을 좇는 데 급급했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고 하나의 멋으로 본다"고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2022년 초연, 2023년 뉴욕서도 전 회차 매진
"젊은 세대에게 전통은 새로운 멋"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서울시무용단 '일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는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이유에 대해 어려서부터 늘 도전하는 삶을 원했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
"단순함과 정교함의 완벽한 동기화, 치밀하게 짜인 움직임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놀라운 춤의 밤을 여는 서막일 뿐이다."(뉴욕 공연 평론가 홀리 함스)
2년 전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펼쳐진 서울시무용단의 '일무'에 대한 호평을 접한 정구호(63) 연출가는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무대·의상·조명 등을 총괄한 연출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그는 공연계와 처음 인연을 맺은 30년 전을 떠올렸다. 정구호는 패션 디자이너로 먼저 이름을 알렸지만 뉴욕 유학 시절 친분을 쌓은 안성수 현대무용가의 공연에 일찍부터 무대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그는 "이게 30년의 결과물이구나, 이것을 위해 달려왔구나 싶었다"고 뉴욕 공연을 회상했다.
세계 공연 중심지 뉴욕에서 인정받은 '일무'가 21~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다시 오른다.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의 의식무(儀式舞)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일무'는 군무의 역동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정구호와 안무가 정혜진·김성훈·김재덕의 협업으로 2022년 초연됐으며, 올해 공연은 지난달 이미 전석 매진됐다. 정구호는 "과거에는 서양 문물을 좇는 데 급급했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고 하나의 멋으로 본다"고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서울시무용단 '일무'. 세종문화회관 제공 |
서울시무용단 '일무'. 세종문화회관 제공 |
정구호는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에 강점을 지닌 연출가다. 그는 "전통 예술이 뿌리내리려면 원형을 고집하는 부류, 전통을 오늘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부류, 완전한 컨템퍼러리를 선보이는 세 부류가 공존해야 한다"며 "나는 전통을 오늘의 언어로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가 연출한 국립무용단의 '묵향'(2013), '향연'(2015), ‘산조’(2021) 등은 한국무용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는 "한국무용의 절제와 여유에 빠져 스토리 없이 기초 동작을 기반으로 오롯이 춤에 집중하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구호, 르베이지, 데레쿠니 등의 브랜드를 이끌던 패션 디자이너 출신이라는 이유로, 무용계의 초기 반발도 있었다. '묵향' 초연 당시엔 "패션 디자이너의 외도일 뿐"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그는 "한국무용의 깊이감을 유지하면서 현대화하려 했다"며 "보여주기 식 의상과 무대는 만든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일무'에서 '정대업지무' 의상에 파격적인 주황색을 쓴 것도 "동작 디테일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전통 무용의 원형은 무용수와 관객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 환경에서 탄생했지만 공연장에서는 그 거리가 훨씬 멀어지기 때문이다.
"공상은 취미이자 창작의 원천"
서울시무용단 '일무'의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종문화회관 제공 |
정구호는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와 성악가의 꿈을 부모의 반대로 접고, 뉴욕으로 디자인 유학길에 올랐다. 그곳에서 식당과 바를 운영하기도 했다. 귀국 후 한국에서도 레스토랑을 열려 했지만 "돈보다 창의적인 일을 해야 즐겁다"는 걸 깨닫고 30대 중반에 패션 디자이너로 데뷔했다. 그는 "예술만 고집하면 관객과 멀어지고, 관객만 따라가면 깊이가 떨어진다"며 "패션 경험 덕분에 그 중간 접점을 찾는 기술이 조금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구호에게 공상은 취미이자 창작의 원천이다. "상상하거나 고민하지 않는 건 그냥 죽은 상태와 같다"고 말하는 그는 늘 일정이 빼곡하다. 공연과 패션 활동뿐 아니라 리움미술관 리뉴얼 총괄, 공예트렌드페어 총감독을 맡았고, 지난해엔 '유은호'라는 이름으로 음반을 내며 가수로 데뷔했다. 최근에는 정혜진 안무가와 함께 만든 한국무용극 ‘단심’의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경북 경주시 공연을 준비 중이다. 정구호라는 이름을 지운 '부캐(부 캐릭터)'로 젊은 창작자들과 소극장 공연도 함께한다. "창의성이 사라지는 순간이 은퇴 시기가 되겠죠. 언젠가 젊은 세대에 자리를 내줄 날이 오겠지만, 아직은 의욕도, 아이디어도 많고 제 한계가 어딘지 잘 모르겠네요.”
서울시무용단 '일무'의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종문화회관 제공 |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