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9일부터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는 가운데 1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임진강변 북한 초소에 대남 확성기가 남아 있다./연합뉴스 |
군 당국은 지난 9일 “북한군이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는 활동이 식별됐다”고 발표했다. 북한군의 오전 동향을 오후에 신속히 알렸다. 지난 4~5일 우리 군이 전방 24곳의 대북 확성기를 전부 철거한 조치에 북측이 즉각 호응해 왔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가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자 북측도 일부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며 “이런 상호적 조치를 통해 남북 간의 대화와 소통이 열려 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알고 보니 북측이 거둬들인 확성기는 전체 40여 대 중 1대에 불과했다. 2대를 뺐다가 1대는 바로 돌려놨다고 한다. 철거가 아니라 고장 수리 등 기술적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확성기를 100% 뜯어냈는데 북한이 2.5%만 뺀 것을 보고 ‘확성기 철거’라고 발표한 것이다. 군 당국이 북측의 추가 철거를 예상했다면 오판한 것이고, 실상을 알고도 발표했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다. 정부의 대북 조치가 성과를 내는 것처럼 홍보하고 싶어 안달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에도 우리가 먼저 대북 비방 방송을 중단하자, 그쪽(북한)에서도 중단을 한 바 있다”고 했다. 대북 방송은 ‘비방’이 아니라 북 주민에게 ‘자유’와 ‘인권’을 알리는 유일한 외부 통로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도 중단하지 않았다. 대북 방송이 중단되자 북도 방해 전파를 쏠 필요가 없어진 것이지 ‘상호 조치’로 보기도 어렵다.
통일부는 북한 인권 보고서 발간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 인권법에 따라 2018년 이후 매년 제작했는데 올해는 ‘추가 내용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발간을 안 하려고 한다. 북 주민이 어떤 고통 속에서 살고 있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면 미 국무부는 연례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서 “북 정부는 처형과 강제 실종 등 잔인함과 강압으로 통제를 유지했다”고 기록했다. 분량은 줄였어도 북 인권 참상의 기록은 매년 빼먹지 않고 있다.
북과 대화할 필요는 있다. 북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이런저런 조치를 취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국민 눈을 가리거나 보편적 가치까지 외면해선 안 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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