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극한 호우’가 쏟아진 13일 인천 서구 강남시장 인근 골목에 물이 들어차 주차된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
수도권 곳곳에 극한호우가 쏟아진 13일,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버스로 출퇴근하는 지성준(30)씨는 일을 마치고 겨우 퇴근했다. 지씨는 “퇴근 때 비가 정말 마구마구 쏟아져서 우산을 썼는데도 옷과 운동화가 흠뻑 젖어 최악이었다”며 “지난달에도 폭우가 쏟아지더니 요즘 이런 비가 반복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이날 의정부시는 호우경보가 내려졌고, 의정부역∼대곡역을 잇는 교외선 전 구간이 침수돼 운행이 중단됐다. 도로 통제에 많은 비까지 내리면서 퇴근길은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인명 피해도 이어졌다. 인천에선 이날 아침 7시20분께 중구 운서동에서 40대 ㄱ씨가 몰던 차량이 도로 옆으로 추락해 아래 있는 철조망을 뚫고 호수에 빠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당국은 수면에 떠오른 채 뒷바퀴만 보이는 차량을 인양했으나 ㄱ씨는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ㄱ씨가 1차로 주행을 하다가 빗길에 미끄러져 사고를 당했다고 보고 있다.
집중호우가 내린 13일 인천시 서구 가정동 정서진중앙시장 한 상가가 침수돼 상인이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기 김포에선 이날 낮 12시14분께 김포시 고촌읍 대보천에서 “차가 떠내려간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신고가 119에 들어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대보천 일대를 수색해 오후 5시55분께 사고 지점에서 1㎞ 이내 떨어진 하천에서 차량을 발견했다. 소방당국은 로프 등 구조장비를 이용해 차량 뒷좌석에서 8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운전자를 물 밖으로 구조했으나, 숨진 상태였다.
포천시 영북면에서도 오전 7시께 스포츠 유틸리티(SUV)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신호등을 들이받아 조수석에 있던 70대 여성이 숨지고 운전자가 부상했다.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록을 보면,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북리에는 이날 아침 8시14분부터 9시14분까지 1시간 만에 비 149.2㎜가 내렸다. 지난 3일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공항(시간당 142.1㎜)과 전남 함평군 함평읍 기각리(시간당 147.5㎜)에 쏟아졌던 극한 호우의 시간당 강우량을 넘어서는 강도다. 태풍이 상륙한 상황을 제외하면 사실상 ‘역대 최강 호우’ 수준이다.
인천시 서구 석남동 강남시장에 13일 오후 물에 젖은 상자 등이 쌓여 있다. 이승욱 기자 |
이처럼 비가 쏟아진 인천시에서는 시장들이 물에 잠겼다. 인천시 서구 석남동 강남시장에서 16년째 장사를 하는 김성재(64)씨는 “최근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올해 극한 폭우가 말썽이더니 여지없이 시장이 물에 잠겼다”며 쓰레받기와 양수기를 이용해 창고에 가득 찬 빗물을 빼냈다. 이날 행인들이 바쁘게 돌아다녀야 할 시장에는 물에 젖은 상자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공무원들과 일부 장사를 포기한 상인들은 시장 인근에 주차한 대형 트럭에 상자를 옮겨 담기 바빴다.
경기도에서는 폭우로 사람이 고립되는 일이 이어졌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는 이날 낮 12시46분 갑자기 내린 비로 사람들이 갇혔다는 신고를 받고 양주시 장흥면 산장에 출동해 고립된 12명을 구조했다. 소방당국은 오후 1시27분에는 양주시 백석읍 기산리 산장에서도 24명을 구출했다.
쏟아지는 비에 신고가 빗발치면서 소방당국은 긴급하게 인원을 더 투입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신고가 폭주해 (오후 5시 기준) 접수하지 못한 1420통의 신고 전화가 발생해 내근 인력 전원을 투입해 확인·조처했다” 고 말했다.
서울시 종로구 한 도로에서 폭우로 땅꺼짐 현상이 발생해 경찰이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저녁 6시30분부로 풍수해 위기경보를 ‘경계’로 올리고 비상근무 2단계에 들어갔다. 기상청은 “14일 오전까지 중부지방 중심으로 시간당 30~50㎜의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온다. 산사태와 제방 붕괴, 침수 등 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희 이승욱 박현정 김규남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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