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첫 ‘국가별 인권 보고서’ 공개
작년比 분량 53→25장 줄고 체제 비판 내용 없어
작년比 분량 53→25장 줄고 체제 비판 내용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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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신문·뉴스1 |
국무부는 12일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해 “처형과 신체적 학대, 강제 실종, 집단 처벌 등을 포함한 폭력과 강압을 통해 국가 통제를 유지했다”며 “한 해 동안 북한 내 인권 상황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없었고, 북한이 인권 침해를 저지른 관료를 식별하고 처벌하기 위한 신뢰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이날 트럼프 정부 들어 처음 발간된 ’2024 국가별 인권보고서(Country Reports on Human Rights Practices)’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여전히 매우 심각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 내 인권 침해 사례로는 임의·불법 살인, 고문, 체포·구금, 표현·종교의 자유 제한, 인신 매매, 아동 노동 등이 다양하게 적시됐다. 다만 분량 자체는 전년 53장보다 25장으로 크게 줄었고, “북한 주민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정부를 선택할 수 없고 야당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정치 체제 비판 문구도 사라졌다.
국무부는 “한 해 동안 북한 정권 또는 그 대리인이 자의적이고 불법적인 살인을 저질렀다는 수많은 보고가 있었다”며 “이런 살인은 당국의 통치 방식, 통치 체계의 특징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4년 6개월 주기로 이뤄지는 유엔의 국가별정례인권검토(UPR) 수검 당시 ‘반국가 범죄자’에 대한 구금 및 공개 처형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국무부는 탈북민과 비정부기구(NGO) 등을 인용해 “허가 없이 국가를 떠나려는 시도는 현장에서 즉결 또는 공개 처형될 수 있었고, 민간인들에게 공개 처형에 참석하도록 강요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이른바 ‘관리소’라 불리는 정치 수용소 5곳을 전국에 운영하면서 최소 8만명에서 최대 20만명을 수감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국무부는 “당국이 여성들에게 강제 낙태를 강요하고 있다”고 했는데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북한인권위원회(HRNK)를 인용해 ‘한국인의 순수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중국인 남성과 결혼한 여성의 출산을 강제 중단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언론의 자유 분야에서는 “정부에 부정적인 발언을 한 주민들에 대한 심문과 체포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고 했는데, 북한은 남한 문화를 논의하거나 전파하는 것을 ‘반체제 행위’로 간주해 외부 정보 접근을 제한하고 북한 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커 투르크 유엔 최고 인권대표가 올해 6월 안보리 회의 당시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에 표현의 자유가 더욱 제한됐다”며 이같이 지적한 바 있다.
국무부는 6·25 전쟁 이후 북한 당국에 의해 납치된 민간인 516명이 귀환하지 않은 상태고, 북한이 70~80년대 일본에서 납북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인 시민 12명의 행방에 대한 추가 정보를 이번에도 제공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또 중국에서 북한을 오가며 구호 사업과 선교 활동을 펼치다 2013년 10월 평양에서 체포된 김정욱 선교사 등 한국인 6명이 최대 10년간 구금 상태인 점을 언급했다. 국무부는 “법은 고문과 비인간적인 대우를 금지하고 있으나, 북한 관료들이 이런 관행을 사용했다는 신뢰할 수 있는 보고와 탈북민 증언이 있었다”며 “고문은 가장 흔히 사용된 심문 방법으로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이뤄졌다. 특히 교도관들의 신체적 학대가 체계적이었다”고 했다.
북한의 인권 탄압은 결코 북한 내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닌데, 국무부는 “해외에 있는 탈북민과 다른 적대적 인물을 감시하고 괴롭히며 위협했다”며 “탈북민의 가족 구성원에게 압력을 가해 귀국을 강요했다”고 했다.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 NK’를 인용해 “보안 요원들이 남한에 있는 친척들이 보낸 돈을 모으던 탈북민의 (북한 내) 가족 구성원을 체포했고 이 중 한 명은 3개월의 강제 노동형을 선고받았다”고 했다. 북한은 재외 공관 근무 시 직계 가족 중 최소 한 명을 북한에 ‘인질’로 남겨두게 하고 있는데 “탈북민들은 국내에 있는 가족들이 관료 압박을 받아 귀환을 촉구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관료들로부터 직접 협박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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