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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00명 홀로 맡던 암 전문의 사직···이틀 전 사직 통보, 지역 환자·가족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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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00명 홀로 맡던 암 전문의 사직···이틀 전 사직 통보, 지역 환자·가족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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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경주병원 혈액종양내과 진료 중단
작년 동료 사직 후 혼자 남은 전문의도 사직
"이틀 뒤 의사 퇴사, 다른 병원 가야" 통보
전원할 시간도 주지 않은 일방 통보 못 막아
"아버지 어떡해" 혈액암 환자 가족 눈물
의사 수 부족으로 필수과 사직 병원 휘청
"공공의대 통한 지역의사 양성만이 답"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경주지역 최대 병원인 동국대경주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증질환 환자 200여 명이 갑작스러운 담당 교수 퇴사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환자들에게 전원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갑자기 주치의가 사직해도 환자들을 보호하거나 제재할 제도적 방법이 없다. 근본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하고, 그나마 수도권에 몰려 있는 현실에서 지역 주민들이 처한 참담한 현실이라 할 수 있다.

"이틀 후 진료 종료"…갑자기 사라진 주치의


11일 보건복지부, 경주시 보건소 등에 따르면 동국대경주병원은 지난달 28일 병원 혈액종양내과 진료를 받던 환자 200여 명에게 '담당 전문의가 이틀 후인 30일까지만 근무한다'면서 진료 중단을 알렸다.

이 병원에서 진료받던 환자들은 갑자기 다른 병원으로 전원·회송돼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특히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던 중증 환자들에겐 더욱 타격이 컸다. 이 병원에서 지난 3월부터 혈액암(림프종)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아왔던 환자 김동우(86)씨는 항암 치료 후 호전돼 퇴원을 앞뒀다, 폐렴에 감염된 시점이었다. 다급히 경북대병원, 동산의료원 등 주변 병원을 알아봤지만,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가족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김씨는 병환이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져 현재는 폐렴 치료만 받고 있다.

아들 태희(48)씨는 "병원과 담당교수를 믿고 동국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던 것인데 가장 위급한 상황에 주치의가 사라져 너무 두렵다"면서 "한 달 전에라도 진료 종료 소식을 알려줬었다면 시간을 가지고 혈액종양내과가 있는 다른 병원을 알아봤었을 것"이라고 했다.

2025년 동국대경주병원 채용 공고. 동국대경주병원 홈페이지

2025년 동국대경주병원 채용 공고. 동국대경주병원 홈페이지


의사 한 명 퇴사에도 휘청이는 지역 병원


경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예견 가능했다. 해당 주치의는 같은 과 전문의 1명이 퇴사한 지난해 말부터 홀로 200여 명의 환자를 진료해왔고 이미 한 차례 사직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경주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경주의 의료 상황이 아주 열악하다"면서 "해당 병원도 채용공고는 지속적으로 내왔으나 충원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당 주치의는 본보 통화에서 "자세한 퇴사 사유는 알려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동국대경주병원 관계자는 "전문의가 6월 2일에 사표를 제출했었지만 급여, 연구 등 처우 개선을 약속하자 지난달 20일에 다시 진료하겠다고 하며 입원 환자 2명을 받았다가 28일에 다시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한 것"이라면서 "병원으로서도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역 병원은 의사 한 명 퇴사로도 병원 전체가 휘청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동국대경주병원은 지난달 보건복지부의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에 선정된 전국 175개 병원 중 한 곳인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포괄 2차 종합병원'은 비수도권 환자들이 서울 시내 상급종합병원에 가지 않아도 지역 내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역 종합병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3년간 총 2조1,000억 원을 투입한다.

동국대경주병원에서 치료받다 갑작스러운 주치의 퇴사로 혈액종양내과 진료를 받기 어려워진 김동우(86)씨의 아들 김태희(48)씨가 주치의에게 쓴 편지. 김씨는 전문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위험과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와 보호자의 몫이 된다. 이 막막하고 답답한 심정을 교수님께서 짐작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그동안 진심으로 감사드렸고 동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썼다. 김씨 제공

동국대경주병원에서 치료받다 갑작스러운 주치의 퇴사로 혈액종양내과 진료를 받기 어려워진 김동우(86)씨의 아들 김태희(48)씨가 주치의에게 쓴 편지. 김씨는 전문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위험과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와 보호자의 몫이 된다. 이 막막하고 답답한 심정을 교수님께서 짐작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그동안 진심으로 감사드렸고 동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썼다. 김씨 제공


문제는 환자들이 김씨와 같은 황당한 상황에 처해도 법적으로 이를 예방하거나 보호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는 점이다. 경주시 보건소 관계자는 "하루아침에 진료를 중단해 환자가 피해를 보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환자에게 진료 종료를 얼마 전 알려줘야 한다는 것과 관련된 별도의 법이나 규정은 없다"면서 "현재까지 논의된 바도 없다"고 설명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장은 "오지도 아니고 경주고, 고작 의사 한 명 빠졌을 뿐인데, 환자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 자체가 지역 의료 공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수도권 지역 의사들의 이탈은 단순히 돈 문제만은 아닐 것으로 본다. 결국 비수도권 지역에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의사가 있어야 지역 의료 체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면서 "공공의대를 통해 지역 의사를 양성하는 등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희씨에 따르면 아버지 김씨는 20대 초반 군 복무 때 지뢰를 밟아 큰 부상을 입고 국가 유공자가 됐지만, 최선을 다해 오남매를 길러냈다고 했다. 김씨는 목이 메인 목소리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병원과 주치의 선생님의 사정을 이해하려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서울 병원을 찾지 않고, 경주 지역 병원을 택한 것에 대해 평생 지워지지 않을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저 평소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할걸 하는 후회뿐입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