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전체 양형기준에서 피해회복 방법의 하나로 기재된 '공탁포함' 문구를 삭제하기로 했다. 마치 공탁만 하면 당연히 감경되는 것처럼 오인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조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형위는 전날 이같은 내용의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해 의결했다.
그동안 양형위는 개별 범죄군의 양형기준을 수정·설정할 때 공탁 관련 양형인자를 정비했는데 이번에는 전체 범죄군을 통일해 정비키로 결정했다.
양형기준은 크게 특별양형인자(감경·가중요소)와 일반양형인자(감경·가중요소)로 구분되는데 형량범위는 특별양형인자를 고려해 결정한다. 특별양형인자의 감경요소 중 '실질적 피해회복(공탁 포함)'이 기재돼 있었는데 양형위는 여기서 '(공탁 포함)'을 빼기로 했다.
또 양형위는 실질적 피해회복의 정의 규정을 "공탁의 경우에는 공탁에 대한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의 의견, 피고인이 법령상 공탁금을 회수하는 것이 가능하거나 회수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 피해 법익의 성질 및 피해의 규모와 정도 등을 신중하게 조사, 판단한 결과 실질적 피해회복에 해당하는 경우만을 의미한다"라고 변경했다.
아울러 실질적 피해회복이 양형인자로 포함된 범죄군 중 살인, 강도, 폭력, 성범죄 등 범죄피해자보호법상 '구조대상 범죄피해'에 해당하는 범죄군의 양형기준에서 구조금 관련 조항도 정비했다.
양형위는 구조금 등이 지급된 사정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인자로 고려하거나 판결문에 적시하는 일부 재판실무에 대한 지적을 고려, 피해자 측이 구조금을 수령했더라도 피해회복 과정에서 피고인의 노력이 이뤄졌다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실질적 피해회복'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2012년 설정된 이후 분류나 형량범위가 수정되지 않은 증권·금융범죄 양형기준 관련 심의도 이뤄졌다. 우선 △허위 재무제표 작성·공시/감사보고서 허위기재 △회계정보 위·변조/감사조서 위·변조 등을 자본시장의 투명성 침해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모두 양형기준 설정대상에 새로 포함키로 했다. 향후 회의에서 법정형의 상향 등 구체적인 권고 형량범위를 계속 논의키로 했다.
양형위는 다음달 15일 회의를 열고 △사행성·게임물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설정범위, 유형분류) △자금세탁범죄 양형기준 설정안(설정범위, 유형분류)를 심의한다.
한편 양형위는 전날 회의에서 최근 법무부가 양형위에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의견서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형기준이 없어 산재사고에 대해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는 취지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법무부는 중처법 구형기준을 마련해 엄정시행하고 있는데 법원은 지금 관련 양형기준이 없다"며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양형기준을 (만들어달라) 강력히 요청하는 등 관련자들이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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