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연 "준비자산, 통안증권·재정증권은 부적합"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자본연에서 열린 취재진 대상 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성시호 |
"단기 국고채가 없으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수익을 낼 수가 없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1일 서울 여의도 자본연에서 열린 취재진 대상 브리핑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위해선 단기 국고채 발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량 이상으로 준비자산을 예치해 지급 안정성을 확보한다. 발행인은 그 준비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얻는다. 실제로 테더(USDT)와 서클(USDC) 등 주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준비자산 상당수를 미국 단기 국채로 운용한다.
자본연에 따르면 미국은 단기국채(T-bill)의 만기가 4·13·26·52주로 다양화했다. 일본 역시 단기국채(JGB)를 2·3·6개월과 1년 만기로 발행한다.
한국은 만기 1년 이하 단기 국고채가 없어 경과물 초단기 국채·통화안정증권·재정증권 등이 대체재로 기능해 왔다. 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으로 삼기엔 이들 대체재가 공급규모와 유동성 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단기 국고채를 배제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이 사실상 예금만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 국고채를 발행하지 않은 이유로 국채 발행에 대한 국회 승인을 '발행총액' 기준으로 받게 하는 현행 국가재정법을 꼽힌다. 만기가 짧아 차환 발행이 잦은 단기채의 경우 실제 채무잔액 변화와 무관하게 발행총액이 부풀려지는 효과를 내는 탓에 정부가 발행을 꺼린다는 것.
김 연구위원은 "채권시장이 발달한 다른 국가들처럼 국채 발행한도 산정기준을 순증액이나 잔액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 국고채 상품 설계와 관련해 김 연구위원은 만기 1년짜리 단기 국고채를 우선 도입해 시장에 정착시킨 뒤 만기를 3·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통안증권의 발행규모가 줄고, 장기물 위주의 발행이 지속되면서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투자 중심의 펀드들이 운용할 상품이 없다는 불만이 제기됐다"며 "외국인 투자자들도 채권의 유동성을 원하기 때문에 단기 국고채 수요는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김 연구위원은 단기 국고채의 역할이 스테이블코인 정착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폈다. 정부가 일시적인 자금 과부족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장기물보다 낮은 금리를 매겨 전반적인 자금 조달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안정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한 금융 인프라에 대한 고민은 충분치 않다"며 "단기 국고채는 국가 재정운영의 유연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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