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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선수 없이 8강 결정전 진출…누가 이 팀을 약체라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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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선수 없이 8강 결정전 진출…누가 이 팀을 약체라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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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이 10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5 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레바논과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국제농구연맹 누리집 갈무리

이현중이 10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5 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레바논과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국제농구연맹 누리집 갈무리


1승만 해도 다행이라고들 했다. 참가한 16개국 중 “귀화선수 없는 유일한 팀에, 최단신”으로 전력상 열세였기 때문이다. 한국과 A조에서 맞붙은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뛴 선수가 6~7명 있고, 카타르와 레바논에는 ‘승리’를 위해 귀화한 선수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대표팀은 ‘한마음’이 발휘하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믿었다. 안준호 감독은 2023년 부임 이후 세대교체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선수단 구성을 고심해왔다. 허웅·허훈 등 늘 대표팀에 뽑혔던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빠지고 20대 초중반 젊은 선수들로 채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안 감독은 나아갔다. 그 결정이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조금씩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남자농구 대표팀이 10일(한국시각) A조 조별리그에서 레바논을 잡고 조 2위(2승1패)로 8강 결정전에 진출했다. 한국(세계 53위)은 1차전에서 강팀 호주(7위)에 크게 졌지만, 2차전 카타르(87위)와 3차전 레바논(29위)을 내리 잡았다.

한국 남자농구는 직전 대회인 2022 자카르타에서 6위로 부진했고,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2023년 개최) 역대 최악의 성적(7위)과 맞물려 “한국 농구가 망가졌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새 닻을 올린 ‘안준호호’가 이번 아시아컵에서 명예 회복의 물꼬는 튼 셈이다. 감독 출신 한 농구계 인사는 “귀화선수 없이 조 2위로 8강 결정전에 진출한 것이 성과”라고 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이현중(나가사키), 여준석(시애틀대), 유기상·양준석(이상 창원 LG), 이정현(고양 소노) 등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완벽한 세대교체를 완성했다. 유기상은 3경기에서 평균 18.3득점 했다. 또한, 평균 5.3개의 3점 슛을 성공(성공률 59.3%)시키며 슈터로서 면모를 돈독히 했다. 이현중도 3경기 평균 21득점, 7.3튄공잡기, 2.2도움주기로 공수에서 활약했다.

이현중과 여준석 ‘국외파’에 의존한다는 우려도 말끔히 씻어냈다. 여준석이 빠진 3차전에서 선수 대부분이 3점 슛을 성공시키는 등 활약했고, 양준석(10도움주기)의 이타적인 플레이 등도 돋보였다. 이현중은 “12명의 선수가 뽑힌 이유가 있고 어떤 선수가 들어와도 잘할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큰 무대’를 경험하면서 젊은 선수들의 배짱이 두둑해진 것도 긍정적이다. 수비 중심이었던 호주가 1차전에서 외곽슛을 장착하고 나오자 당황한 기색이 보였지만, “이를 실전 경험 삼아”(이정현) 2·3차전을 잘 대비했다.

‘백전노장’ 안 감독도 노련했다. 그는 ‘높이’ 열세로 골 밑 수비와 튄공잡기 싸움이 어려운 점을 살펴 빠른 공수전환과 외곽슛을 살린 플레이로 대회를 준비해왔다. 안 감독은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부담감도 컸다”며 “선수단이 ‘원팀’으로 뭉쳐 정신력으로 이겨냈다”고 했다.

한국은 12일 B조 3위 괌과 8강 진출을 놓고 대결한다. 이번 대회는 A~D조(각 4개 팀) 1위가 8강에 직행하고, 조 2~3위가 8강 결정전을 치른다. 턴오버(실수)를 줄이고, 자유투 성공률을 높이는 것은 숙제로 보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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