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임시 국무회의서 결론
지난 2024년 9월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조선일보 DB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8·15 특별사면 안건을 심의·의결할 예정인 가운데,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사면·복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11일 오후 2시 30분 임시 국무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라며 “안건은 특별사면, 특별감형, 특별복권 및 특별감면조치 등에 관한 1건”이라고 했다.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에 열리지만 임시 회의를 하루 일찍 열어 특사 문제만 따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이 사면 관련 논란이 더 확산하기 전에 일단락을 지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래픽=송윤혜 |
이 대통령은 당초 취임 후 첫 특별사면에 정치인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고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 내 친문계를 비롯해 여권에서 조 전 대표 등을 사면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면서 이 대통령도 조속히 처리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 첫 특사 명단에 조 전 대표 등이 오르자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사법 정의를 무너뜨리는 사면”이라고 비판했다. 조 전 대표는 작년 12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이번에 사면되면 형기를 3분의 1 정도만 채우게 된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면이 떳떳하다면 국무회의를 생중계하라”고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은 “생중계 계획은 현재 없다”고 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2024년 12월 16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구치소 차량을 타기전 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전기병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주 휴가에서 복귀한 뒤 주말 동안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정치인의 8·15 특별사면 포함 여부 등 현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특사에 대한 반발이 큰 상황에서 대통령이 주말 사이 최종 검토를 통해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재 조국 전 대표와 아내 정경심씨, 최강욱 전 의원,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을 횡령한 윤미향 전 의원 등이 사면 수순을 밟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열린 법무부 사면심사위에선 이들과 함께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등 여권 정치인이 대거 특사 심사를 통과했고, 이 대통령의 최종 결단만 남은 상태다. 대통령실이 임시 국무회의를 예고하자, 여권에선 “법무부 심사 명단에서 큰 변동은 없을 것” “국무회의를 하루빨리 잡은 것도 속전속결로 사면을 결정하려는 것 아니겠냐”는 말이 나왔다.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의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재판이 5년을 끄는 동안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작년 12월이 돼서야 형이 확정됐다. 최 전 의원은 조 전 대표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한 혐의, 조 전 교육감은 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5명을 부당 채용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야권에선 홍문종 전 새누리당 의원, 정찬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특사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정치인들의 사면 거래”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사면권 행사를 앞두고 정치인을 포함시킬지 말지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치인을 포함시킨다면 여야가 추천하는 대상자를 대부분 넣어야 하고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어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 주변에서는 조 전 대표 사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전달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정권 초반 실용과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데 논란이 될 게 뻔한 정치인 사면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에서다. 친명계의 한 민주당 의원은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될 것 같으면 굳이 이번에 사면할 이유가 없다”며 “연말이나 내년 초에 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 전 대표가 복권되면 서울시장 또는 부산시장 등 출마가 가능하기 때문에 민주당의 승패 계산이 복잡해진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달 출간된 조국 전 대표의 책 '조국의 시간'을 직접 소개하면서 추천하고 있다./페이스북 |
하지만 범여권 진영에서 조 전 대표의 사면 요구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 대통령도 사면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뿐 아니라 여권 원로들,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나서서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의 선택지가 좁아졌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나 조 전 대표 사면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9일엔 조 전 대표가 최근 출간한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책 추천 영상에서 “독거방에 갇혀 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정말 아주 소중한 노력의 결과”라며 “처해 있는 상황은 너무 안타깝지만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어서 참 고맙다”고 했다.
민주당 친명계 의원들 상당수가 조 전 대표 사면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 대통령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명 의원은 “조국혁신당이 대선 때 후보를 안 내는 것으로 사실상 이 대통령 지지 선언을 했고 그 보답을 요구하는 상황이었다”며 “안 할 경우 범여권 균열 등 후폭풍이 더 거셀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조 전 대표 사면을 두고 최근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의견이 충돌하며 균열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헌정 이래 최대의 국론 분열 사태를 야기한 조 전 대표 부부가 국민 통합을 위한 사면 대상이 될 수는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를 겪으며 일반 국민이 가졌던 분노와 열패감이 아직까지도 사회적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현실에서, 형기의 절반도 치르지 않은 조 전 대표에 대한 사면은 오히려 국민 분열의 씨앗이 될 뿐”이라고 했다.
[박상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