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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대미 협의 전략도 유연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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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대미 협의 전략도 유연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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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 제공.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 제공.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주한미군에 변화가 필요하다. 숫자보다 배치 전력 등 역량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한반도 방어 임무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면서도 “(전력을) 언제든지 다른 곳으로 이동해 여러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9일엔 미국 정부가 한국과의 관세 협상 준비 과정에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을 지지하는 정치적 성명을 한국이 발표한다’는 내용을 ‘합의 초기 초안’ 내부 문서에 포함했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가 나왔다. 이달 중 개최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동맹 현대화’를 내걸고 중국 확장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을 자유롭게 재배치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한국에 요구하고 있다.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유사시 주한미군 병력·장비 일부를 빼내 작전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은 북한 방어라는 주한미군 성격의 변화를 의미한다. 대북 대응 태세 등 한반도 안보 지형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70년간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이 한국의 경제적·군사적 성장으로 달라졌듯, 주한미군 감축이나 역할 재조정을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미국이 자국 군대를 그렇게 활용하겠다는데 한국이 무작정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주한미군 이동을 용인하더라도 한국이 분쟁에 자동 개입하거나 휘말려선 안 된다. 주한미군의 타 지역 전개 시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를 받는 등 전략적 유연성 범위와 조건을 설정해둘 필요가 있다. 한국이 한반도 방위를 주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작업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한·미는 당초 2012년까지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닌 ‘조건’에 기초해 전환하기로 하고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걸 막기 위해 한·미가 그 완료 시점을 정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한국이 한반도 안보의 주역이 된다면 방위예산 증액에 국민들도 동의할 것이다.

한국이 동맹인 미국과 안보 협상을 하지만 원칙·전략은 분명히 세워야 한다. 그러면서도 유연해야 한다. 미국 요구를 합리적 수준에서 수용해 동맹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가 가려는 길이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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