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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평가에 쏟아진 성토…도돌이표가 된 '평가를 위한 평가'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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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평가에 쏟아진 성토…도돌이표가 된 '평가를 위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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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의 굴레에 갇힌 공공기관]①

[편집자주] 정부는 매년 공공기관 경영실적을 평가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의 운명이 갈린다.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지만 '평가를 위한 '평가'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새 정부는 공공기관 관리 제도의 개편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합리적 대안을 살펴본다.

공공기관 유형 및 현황/그래픽=김지영

공공기관 유형 및 현황/그래픽=김지영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2016년 기타공공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했다.

당시 공운위에는 이례적으로 KOICA 주무 부처인 외교부 차관이 참석해 준정부기관 지정을 반대했다. 준정부기관은 기타공공기관과 달리 매년 공운위의 경영평가를 받는다. 경영평가에 대한 공공기관의 부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07년부터 시행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나뉜다.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공운위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대상으로 매년 경영실적을 평가한다. 평가 결과는 △S(탁월) △A(우수) △B(양호) △C(보통) △D(미흡) △E(아주 미흡)로 나온다. 기타공공기관은 공운위와 무관하게 주무 부처가 평가한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평가의 파급력은 엄청나다. C 이상의 평가를 받아야만 성과급을 받는다. 최고 등급 기관에는 일반직원을 기준으로 월 기본급 대비 250%의 성과급을 지급한다. 한 공공기관장은 "직원들의 생사가 경영평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를 받거나 2년 연속 D를 받은 기관의 기관장은 해임 건의 대상이다. 올해 평가에서 해임 건의 대상이었던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은 스스로 물러났다. 공공기관장의 생사도 경영평가에 달린 것이다.


평가의 굴레에 갇힌 공공기관들은 매년 평가 대응을 위해 행정력과 비용을 낭비한다. 외부 기관에 컨설팅을 받기 위한 비용뿐 아니라 보고서 편집에도 막대한 비용을 쓴다.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을 적시한 공운법 제1조(목적)와 어긋한 행태들이다.

국정기획위원회 '모두의 광장'에 게시된 공공기관 경영평가 관련 주요 제안/그래픽=김지영

국정기획위원회 '모두의 광장'에 게시된 공공기관 경영평가 관련 주요 제안/그래픽=김지영


평가에 대한 공공기관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의 유형에 따라 일정 부분 차이는 있지만, 획일적 평가가 상대 평가로 이어진다.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평가 지표는 공공기관에 또 다른 부담이다.

공공기관의 운명을 결정하는 평가 위원들을 선발할 때는 공정성과 전문성 사이에서 줄타기해야 한다. 공정성을 지키려면 전문성이 떨어지고, 전문성을 높이려면 공공기관과의 유착을 의심해야 한다.


기재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경영평가를 개편하고자 한다"며 "시장형 공공기관은 시장성을 강화하고 그 외에는 기관의 목적에 부합하면서 효율적으로 할 때 평가를 잘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국정기획위원회의 국민소통 플랫폼 '모두의 광장'에는 경영평가와 관련해 획일성, 업무 비효율성, 기재부 통제 수단화 등의 우려를 담은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경영평가에 대한 공공기관 직원들의 민심을 엿볼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기재부 '힘 빼기' 움직임과 맞물려 경영평가 주체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영평가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기재부 권한 집중 문제를 해소하고자 한다"며 경영평가 권한을 기재부에서 주무 부처로 옮기는 내용의 공운법 개정안을 지난 5월 대표발의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경영평가 등을 총괄하는 공운위를 기재부 장관 소속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바꾸는 공운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세종=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김주현 기자 naro@mt.co.kr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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