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미남의 쏠쏠 브리핑]무티, 랑랑, 그리고리안, 바르톨리...일주일간 오페라 5편, 콘서트 5편
잔뜩 멋내고 차려입은 관객들은 축제의 볼 거리다. 잘츠부르크 축제 주공연장인 대극장앞 호프슈탈거리. 멀리 호엔잘츠부르크 성이 보인다.@SF/Kolarik Andreas |
“공연에 미친 남자, ‘공미남’입니다. 주말 휴가내고 잘츠부르크에 갑니다.여덟번째. 목적은 단 한가지, 오페라와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일생에 한번은 꼭 경험해볼만한 최고의 순간입니다. 하지만 그걸 여덟번이나 가다니, 저라는 인간...
”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이 상주악단으로 떠받치고 톱 클래스 지휘자와 성악가, 연출가들이 빚어내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오페라와 콘서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희와 감격을 선사한다.
음악과 담쌓은 분들에게는 이런 비유를 드리겠다. 메시의 환상적 드리볼과 호나우두의 절묘한 슈팅의 콜라보. 최고의 플레이어가 펼치는 퍼포먼스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
◇일주일간 오페라 5편, 콘서트 5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7월19일~8월31일)은 이달 중순 절정에 오른다. 9일부터 1주일간 오페라 5편, 콘서트 5편을 볼 예정이다. 베르디 ‘맥베스’로 시작, 비발디 ‘호텔메타모포시스’ 헨델 ‘이집트의 줄리오 체사레’ 도니제티 ‘마리아 스투아르다’에 어린이 오페라 ‘무스케티에레!(Musketiere!)’까지다.
리카르도 무티와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빈 필 연주 2차례에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고 랑랑이 협연하는 서동시집 오케스트라까지 들어있다. 아침 10시의 모차르트 마티네 리허설과 밤 10시의 슈베르트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리사이틀도 본다. 나흘간은 아침, 저녁 하루 두차례 공연 보러간다.
◇독자가 계시기에 가능한 ‘프레스 티켓’의 힘
잘츠부르크 오페라 티켓은 비싸다. 1등석은 475유로. 우리 돈 76만원이 넘는다. 빈 필 공연 1등석은 260유로. 42만원이다. 10년 넘게 자비(自費)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취재한 덕분에 원하는 공연은 모두 ‘프레스티켓’으로 볼 수있다. 기자의 특권이다.
축제측은 오랫동안 취재하고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해서는 ‘믿을 만하다’고 판단해 ‘프레스 티켓’을 제공한다. 독자들이 읽어주시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 리허설 티켓은 돈 주고 사야한다. 리허설은 공식 취재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구하기 힘든 티켓
잘츠부르크 축제 티켓은 구하기가 까다롭다. 인기 있는 공연은 몇 달 전에 거의 매진되고, 남은 티켓은 최고가 몇장이다. 공연일이 다가오면 순식간에 동난다. 리사이틀 티켓은 그나마 낫다. 은둔의 피아니스트 소콜로프의 8일 공연 티켓은 최고 130유로(약 21만원)지만 40유로(약 6만4500원)부터 남아있다. 30일 아이슬란드 비킹구르 올라프손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아직 10유로 티켓을 살 수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대극장에 있는 카라얀 두상. 잘츠부르크 출신 카라얀은 1956년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아 축제를 키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SF/Luigi Caputo |
◇잘츠부르크 축제 투어
티켓 구하기도, 호텔 잡기도 번거로운데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매년 잘츠부르크 축제를 찾는 여행상품도 있다. 한 여행사의 잘츠부르크 투어는 8박 10일에 3000만원을 훌쩍 넘긴다. 잘츠부르크에선 오페라 하나, 빈 필 연주를 포함한 콘서트 셋, 그리고 베로나 오페라와 콘서트 각각 하나씩 모두 6편의 공연을 본다. 전문가가 동행하고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에 초특급 호텔, 파인 다이닝은 기본이라고 한다. 비싼 만큼 값어치를 할 것이다.
이코노미 항공에 특급호텔을 이용하는 7박9일 상품은 1000만원 정도다. 빈에서 미술관, 박물관을 관람하고, 잘츠부르크에선 오페라 1편, 빈 필 콘서트 1편을 관람한다. 잘츠부르크 축제도 보고, 여행도 즐기고 싶은 두마리 ‘토끼 사냥꾼’들에게 적격이다. 여행사로선 단체로 오페라 티켓을 구하기 힘들고, 티켓 값도 비싸기 때문에 이런 상품을 주력으로 내밀긴 어렵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주무대인 대극장. 일주일간 다섯번 이 극장에서 오페라 '맥베스'와 빈필 콘서트 등을 볼 예정이다 ©SF/Marco Borrelli |
◇극장 앞의 ‘티켓 구함’ 행렬
단체여행이 주는 구속을 참을 수 없는 자유인들이 있다. 여름철 잘츠부르크엔 혼자, 또는 둘씩 돌아다니는 여행자들이 자주 눈에 띈다. 하지만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배경인 미라벨 정원과 호엔 잘츠부르크성에 올랐다가 모차르트 생가가 있는 케트라이데 거리만 구경하면, 껍데기만 본 것이다.
대축제극장, 모차르트 하우스, 펠젠라이트슐레 등 주공연장과 잘자흐 강 건너 모차르테움 대극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콘서트가 여름 잘츠부르크의 앙꼬다.
티켓 구하기가 어렵다지만, 한두장 정도는 구할 수있다. 그도 아니면, 공연 1시간전부터 페스티벌 대극장이나 모차르트 하우스 앞에 ‘티켓 구함’(SUCHER KARTE) 이란 손팻말을 들고 있어보라. 현지인들도 그렇게 한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공연을 볼 수 없는 이들이 티켓을 넘긴다. 이역만리 먼 도시에서 이렇게 귀인(貴人)을 만날 수도 있다. 블로그에는 이렇게 티켓을 구한 네티즌들이 종종 공연후기를 올린다.
◇공연 티켓 있으면 버스, 트램, 전철 공짜!
아, 중요한 팁 하나. 잘츠부르크 축제 공연 티켓을 보여주면 버스, 트램, 전철을 공짜로 탈 수 있다. 공연 시작 6시간 전부터 막차까지다. 잘츠부르크 시(市)가 축제에 얼마나 신경쓰는지를 알 수 있다.자, 이제 짐 싸러 간다. 지상 최고의 여름 클래식 축제인 잘츠부르크로 떠난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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