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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창작 생태계①] '플레이어가 만드는 게임'…배그·포나, UGC 플랫폼 전쟁 본격화

게임와이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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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창작 생태계①] '플레이어가 만드는 게임'…배그·포나, UGC 플랫폼 전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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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2025년, 게임 산업의 무게추가 다시 '창작자'로 이동하고 있다. 소비자를 위한 콘텐츠가 아닌, 소비자가 콘텐츠를 만드는 플랫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미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가 개척한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 시장은 이제 AAA급 게임사들의 진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UEFN(Unreal Editor for Fortnite)'과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UGC 알파'가 그 주인공이다.

두 게임 모두 본래는 '총을 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어떤 게임을 하고 싶습니까?"가 아니라, "당신은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이다.

유저 손에서 전장이 태어난다…크래프톤의 실험, 'UGC 알파'

UGC 알파를 통해 배치된 건축 구조물. 사용자가 직접 전장 형태를 설계할 수 있다. / 게임와이 촬영

UGC 알파를 통해 배치된 건축 구조물. 사용자가 직접 전장 형태를 설계할 수 있다. / 게임와이 촬영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에 시험 도입한 'UGC 알파'는 단순한 모드 생성 도구 수준을 넘어섰다. 룰셋, 디바이스, 오브젝트라는 세 가지 시스템을 중심으로, 플레이어는 전투 규칙부터 점수 체계, 지형 구조, 이벤트 발생 조건까지 사실상 '게임의 전개 흐름 전체'를 설계할 수 있다. 팀 데스매치, 점령전, 점프 액션 등 다양한 형태의 전장을 자유롭게 제작 가능하며, 기존 배틀그라운드에서 보기 어려운 고난이도 파쿠르, 미로형 지형, 슈퍼 점프 구간 등 실험적 콘텐츠도 유저 손에서 구현된다.

디바이스 시스템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논리적 이벤트와 게임 기믹의 연결을 블록형 시각 인터페이스로 설계할 수 있어, 복잡한 스크립트 없이도 초보 제작자가 구조적인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돕는다. 이는 마인크래프트의 커맨드 블록이나 로블록스의 Lua 스크립트보다 진입장벽을 낮추는 시도다. 단, 아직은 알파 단계인 만큼 실시간 테스트 부재, 디바이스 정밀도 한계, 커뮤니티 공유 시스템의 미비 등은 향후 보완 과제로 남는다.

완성형 툴과 보상 생태계…UEFN으로 플랫폼화 선언한 포트나이트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UEFN)\' 경험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UEFN)\' 경험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의 UEFN은 UGC 생태계의 최전선에 위치한다. 언리얼 엔진 5 기반의 이 툴은 프로 개발자 수준의 콘텐츠를 직접 포트나이트 플랫폼 안에서 구현·배포할 수 있게 한다. 단순한 미니게임이나 전투맵을 넘어서, 아예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제작할 수 있다. 실제로 UEFN 기반의 FPS 게임 '발리스틱'은 에픽게임즈가 직접 제작한 '증명 사례'로 공개됐으며, 유저들도 이와 유사한 수준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구조가 설계되어 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수익화다. 에픽게임즈는 크리에이터에게 제작 콘텐츠에 따른 수익을 분배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누적 보상은 약 3억 5,200만 달러(한화 약 4,8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단순히 창작 도구의 제공을 넘어, 생계 기반의 '크리에이터 경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국내 시장에서도 포트나이트는 '재기'를 준비 중이다. 에픽게임즈는 원스토어 런칭과 PC방 제휴를 통해 재유입 기반을 마련했으며, 손흥민 번들, K-POP 잼트랙, 색동 치마연 등의 한국형 콘텐츠도 출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에 비해 낮은 유저층과 제한된 인지도가 과제로 지적된다.


"게임을 만드는 게임"이 산업 패러다임을 바꾼다

로블록스 / 로블록스

로블록스 / 로블록스



UGC는 단순한 부가 기능이 아닌, 콘텐츠 소모 속도와 플레이 시간, 커뮤니티 활성화 등 핵심 지표를 장기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시스템 자산'이다. 크래프톤 역시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배틀그라운드 IP 확장'과 함께 '플랫폼화 전략'을 언급한 바 있다. 서브노티카2의 경영진 전면 교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게임 완성도를 끌어올리려 했던 이유도, IP의 장기적 가치와 연결된다. 이는 '인조이'의 싱글 패키지 장기 서비스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마찬가지로 포트나이트의 확장 전략도 단순 콘텐츠 추가가 아니라, 전체 생태계의 구조 개편에 가깝다. 에픽게임즈는 발리스틱, 브릭 라이프 등 자체 게임 제작을 통해 UEFN의 가능성을 실증하고 있으며, 글로벌 IP와의 접목, K-컬처 요소 통합 등으로 문화적 확장도 병행 중이다.


'만드는 게임'의 전성시대, 한국 시장의 과제는?

넥슨은 샌드박스형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월드’에서 ‘리메이크 월드’ 프로그램의 참가 신청 접수를 1일부터 시작했다.

넥슨은 샌드박스형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월드’에서 ‘리메이크 월드’ 프로그램의 참가 신청 접수를 1일부터 시작했다.



한국은 이미 언리얼 엔진 개발자 수에서 상위권 국가로 꼽힌다. 하지만 사용자 제작 콘텐츠 생태계에선 여전히 '창작자보다 소비자가 많은 구조'에 머무르고 있다. 게임을 제작하고 싶은 유저는 많은데, 실제로 제작하는 유저는 적다. 이는 기술적 장벽, 보상 구조의 부재, 공유 커뮤니티의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크래프톤의 UGC 알파가 정식 서비스로 안정적으로 이행된다면, 포트나이트와 마찬가지로 제작자와 플레이어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국내 시장에서도 본격화될 수 있다. 특히 메이플스토리 월드가 보여준 사례처럼, IP 자산과 편의성 높은 툴이 결합될 경우 창작 생태계는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게임은 더 이상 '제작사의 창작물'에 머물지 않는다. 지금의 트렌드는 '플레이어의 상상력'이 게임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흐름이다. 포트나이트와 배틀그라운드는 이제 전투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은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답하는 순간, 플레이어는 게임의 소비자에서 창조자로 탈바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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