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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관·공보의' 부족 우려 속, 전공의 병역특례 어디까지 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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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관·공보의' 부족 우려 속, 전공의 병역특례 어디까지 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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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복귀 전공의 병역 연기 특례 검토
병역 자원 부족하면 중도 입대할 수도
제대 후 복귀자 별도 정원 인정 요구도
7일 수련협의체 3차 회의서 결론 낼 듯


지난해 3월 27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파견된 군의관이 바쁘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지난해 3월 27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파견된 군의관이 바쁘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의대생 2학기 복학에 이어 사직 전공의 9월 복귀도 가시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학회, 대한수련병원협회,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참여하는 수련협의체는 7일 열리는 세 번째 회의에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적용할 특례 조항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대전협은 국민적 반감을 의식해 특혜로 비칠 만한 복귀 조건 요청을 공개하진 않고 있지만, 수련 연속성을 위해 ①입영 연기 ②복귀자를 위한 별도 정원 보장 ③8월 전문의 시험 추가 시행 요구가 흘러나오고 있다.

수차례 거부하더니… 이제 와 '병역 특례' 요구


통상 병역 미필인 의사 면허 취득자는 인턴 수련을 시작하면서 의무사관후보생에 지원한다. 의무사관후보생은 ‘인턴 합격자’이면서 ‘33세까지 정해진 수련을 마치고 입영할 수 있는 사람’ 가운데 선발된다. 의무사관후보생으로 편입되면 전공의 수련 기간에는 입영이 연기되고, 레지던트까지 모두 마친 뒤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로 복무하게 된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의무사관후보생은 수련병원에서 중도 퇴직하더라도 병적에서 제적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병으로는 복무할 수 없다. 사직이나 레지던트 미승급 등 수련 중단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가까운 입영기일에 입대하는 게 원칙이다. 사직 전공의들이 하반기에 수련을 재개하더라도 입영 연기 상태가 회복되는 건 아니라서, 별도 조치가 없다면 수련 도중 입대해야 할 수도 있다. 현재 입영 대기 중인 사직 전공의는 2,400여 명이다.

정부도 입영 연기 특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모집, 올해 상반기 모집, 5월 추가 모집 때 돌아온 전공의들도 입영이 연기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과 연속선상에서 특례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무청 관계자도 “2026년 군의관 입영 자원을 고려해 국방부 등 유관 기관과 협의를 통해 의무사관후보생 신분에서 최대한 수련을 마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복귀자 규모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자가 많은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입영 특례가 적용되는 경우 군의관·공보의 자원이 부족해질 수 있다. 군병원과 의무대에서 일하는 군의관은 매년 600~700명, 의사가 부족한 지역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배치되는 공보의는 매년 200명가량으로 고정돼 있는데, 내년 초에 수련을 마치는 전공의와 미복귀 전공의만으로는 필요한 수요를 채우기 어려울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복귀자가 적어 병역 자원이 부족하진 않았지만, 이번 하반기 모집 때는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며 “설사 입영 특례를 주더라도 복귀자가 많으면 사후에 입영 연기 약속을 이행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원병원 복귀, 전문의 시험… 특혜에 또 특혜


수련 도중 입대 전공의가 생긴다면 제대 후 원병원 복귀 보장 등 또 다른 특혜성 조치가 필요하다. 군의관·공보의 복무가 끝나는 3년 후에는 이미 다른 전공의들로 자리가 채워져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도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한 불가피한 이탈이라는 점을 고려해 정원 외 인원을 인정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미 입대해 복무 중인 전공의가 사직 전 수련했던 병원으로 복귀하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시 채용 절차를 밟지도 않은 데다 사직 시점부터 계산하면 공백기가 4년에 이르기 때문에 수련병원들이 난감해하고 있다.


서울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이미 병원 소속이 아닌데 어떤 근거로 원병원 복귀를 보장하라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필수과 교수도 “도리어 사직 전공의가 전역 후 원병원으로 돌아온다고 보장할 수 있겠나”라며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워두라는 건 비상식적 요구”라고 지적했다.

‘시험 특례’ 요구도 나오고 있다. 4년 차의 경우 9월에 수련을 재개하면 8월에 종료돼, 내후년 연초에 치러지는 전문의 시험까지 반년 기다려야 하는데, 공백 없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8월에 전문의 시험을 추가 시행해 달라는 것이다. 복지부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험 문제 출제에 드는 시간과 노력, 30억 원이 넘는 시험 시행 비용 등은 여전히 부담이다.

수련협의체에 참여하는 김원섭 대한수련병원협의회장은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고시 응시료를 올리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임상 교수들이 환자 진료만 하기에도 여력이 부족한데 한 해 두 번이나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