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 6일 호주와 아시아컵 1차전
안준호 감독 “살아남아 전설이 되겠다”
안준호 감독 “살아남아 전설이 되겠다”
한국 농구 대표팀이 20일 열린 카타르와 평가전서 승리한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죽음의 조에서 살아 돌아와 전설이 되겠다.”
이현중(나가사키)과 여준석(시애틀대)을 앞세운 남자농구 황금세대가 아시아 정벌에 나선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남자 농구 대표팀은 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에서 호주와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치른다.
아시아컵은 16개국이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조 1위가 8강 토너먼트에 직행하고, 2·3위는 8강 결정전을 치르는 방식이다.
대표팀은 호주전에 이어 8일 카타르, 11일 레바논과 차례로 맞붙어 8강 진출을 노린다.
FIBA 랭킹 53위 한국은 ‘죽음의 조’에 속했다.
첫 상대인 호주(7위)는 아시아컵 참가국 중 단연 최강으로 손꼽힌다. 직전 대회인 2022 아시아컵에서도 우승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 레바논(29위) 역시 2022 아시아컵 결승에서 호주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한 강호다.
아시아 최고 가드로 평가받는 와엘 아락지가 버티고 있고 2023-2024시즌 KBL 원주 DB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외국선수 최우수선수(MVP) 출신 디드릭 로슨이 귀화선수로 합류했다.
카타르(87위)는 우리나라보다 순위는 낮지만 방심할 수 없다. 혼혈 선수가 즐비한 데다가 최근 귀화한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가드 브랜던 굿윈이 합류하면서 위력적인 팀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다.
디펜딩챔피언 호주가 압도적인 기량으로 조 1위에 오를 것이 유력해 한국은 2, 3위를 놓고 카타르·레바논과 치열한 승부를 벌여야 한다.
안준호 감독은 죽음의 조에서 전사하지 않고 살아남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안 감독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도전하겠다. 전사하지 않고 살아남아서 남자 농구의 ‘전설’이 되겠다”며 아시아컵에 임하는 각오를 다졌다.
이현중이 지난달 열린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일본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관중의 함성을 유도하고 있다. [연합] |
‘전설’의 선봉엔 에이스 듀오 이현중과 여준석이 선다.
한국 역대 최고 포워드 재목으로 꼽히는 2000년생 이현중과 2002년생 여준석은 4년 만에 호흡을 맞추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미국 대학농구, NBA 하부리그인 G리그, 호주 리그 등 한단계 높은 리그에서 경쟁해온 이현중은 지난달 안방에서 열린 평가전 4연전에서 스스로 에이스임을 입증했다. 이현중은 일본을 상대로 25점, 19점, 카타르전에서는 20점, 21점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코트 안에서 경기력 뿐만 아니라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파이팅과 투지 넘치는 제스처로 대표팀의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했다.
선수들의 실력 못지 않게 인성과 팀워크를 중요시 하는 안준호 감독은 이현중에 대해 “팀에서 가장 동료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박수도 가장 많이 친다. 허슬 플레이도 다 해주고 동료가 넘어지면 가장 먼저 달려간다”면서 “선수로의 기능도 좋지만, 외적인 면에서도 빛나 높은 가치를 지닌 선수”라고 극찬했다.
여준석이 카타르전에서 투핸드 덩크슛을 꽂는 모습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
여준석은 골밑 리바운드 싸움에서 체격이 탄탄한 외국 선수들과 몸싸움을 해도 쉽게 밀리지 않으며, 가공할 체공시간으로 시원한 덩크를 꽂아 넣으며 대표팀의 에너지를 끌어 올린다. 특히 카타르전에서 양준석(LG)의 패스를 받아 그림같은 앨리웁 덩크를 꽂아 경기장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여기에 대표팀 간판 슈터로 거듭난 유기상(LG)과 이정현(소노), 이승현(현대모비스), 김종규(정관장) 등이 제 몫을 충실히 수행하며 빛나는 열매를 준비 중이다.
한국 남자 농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최근 몇년간의 암흑기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역대 최악의 성적(7위)을 기록했고 2024 파리올림픽 무대는 아예 밟지도 못했다. 1960년부터 아시아컵 본선에 참가한 한국은 1997년 두번째이자 마지막 우승을 맛봤다. 2022년 열린 직전 대회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안준호 감독은 허웅, 허훈, 최준용 등 기존의 간판선수들 대신 2000년대생을 대거 중용해 팀 체질을 바꿨다. 지난달 일본·카타르와 4차례 평가전을 개최해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한국 농구가 축구처럼 국내에서 A매치 평가전을 연달아 개최한 건 이례적이다.
안준호 감독은 평가전서 4전 전승을 거둔 후 “우리는 아시아컵에서 죽음의 조에 있다. 죽음의 조에서 죽어버릴 건가, 아니면 살아남아서 전설이 될 건가 선수들에게 물었다”며 “굶주린 늑대처럼 싸우되, 총명해야 한다. ‘원팀’ 정신에 입각해서 선수들이 잘해줬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이현중은 “첫 경기 상대인 호주가 대부분 압도적인 팀이라고 생각하지만, 붙어봐야 안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과 잘 준비하고 우리 팀에 집중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여준석은 아시아컵을 앞두고 “지려고 나가는 대회는 한 번도 없었다. 최선을 다해서 이기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