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슬럼프 빠져 여행
여행 통해 비우니 다시 채워져
지난달 미니앨범 '여행자' 발표
“2022년에 슬럼프를 겪었어요. 2020년 솔로 정규 2집을 내자마자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활동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죠. 그 이후 제 안에 뭔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몇 달 동안 음악을 계속 써도 좋은 게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때 아내의 권유로 처음 혼자 여행을 떠났는데 그 경험이 너무 좋았습니다.”
듀오 노리플라이의 멤버이자 싱어송라이터인 권순관에게 팬데믹은 큰 전환점이었다. 데뷔 이후 가장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지만, 스스로를 괴롭히는 버릇에서 조금은 벗어나는 방법을 찾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엠피엠지뮤직 사옥에서 만난 권순관은 “홀로 떠난 여행에서 조금씩 느슨하게 비우는 것을 배우면서 다시 채워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2022년 7월, 이스라엘과 이탈리아에서 보낸 한 달의 시간은 특별한 여정이었다. “2009년 데뷔한 뒤 처음으로 음악을 생각하지 않고 지냈어요. 온전히 1시간 동안 노을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앉아 있기도 했죠. 여행 자체를 즐기려 했죠. 처음엔 그게 편하지 않았는데 2주쯤 지나니 익숙해졌고 돌아갈 때쯤에는 꽤 많이 비워져 있더군요.”
여행 통해 비우니 다시 채워져
지난달 미니앨범 '여행자' 발표
싱어송라이터 권순관. 엠피엠지뮤직 제공 |
“2022년에 슬럼프를 겪었어요. 2020년 솔로 정규 2집을 내자마자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활동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죠. 그 이후 제 안에 뭔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몇 달 동안 음악을 계속 써도 좋은 게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때 아내의 권유로 처음 혼자 여행을 떠났는데 그 경험이 너무 좋았습니다.”
듀오 노리플라이의 멤버이자 싱어송라이터인 권순관에게 팬데믹은 큰 전환점이었다. 데뷔 이후 가장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지만, 스스로를 괴롭히는 버릇에서 조금은 벗어나는 방법을 찾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엠피엠지뮤직 사옥에서 만난 권순관은 “홀로 떠난 여행에서 조금씩 느슨하게 비우는 것을 배우면서 다시 채워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2022년 7월, 이스라엘과 이탈리아에서 보낸 한 달의 시간은 특별한 여정이었다. “2009년 데뷔한 뒤 처음으로 음악을 생각하지 않고 지냈어요. 온전히 1시간 동안 노을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앉아 있기도 했죠. 여행 자체를 즐기려 했죠. 처음엔 그게 편하지 않았는데 2주쯤 지나니 익숙해졌고 돌아갈 때쯤에는 꽤 많이 비워져 있더군요.”
싱어송라이터 권순관. 엠피엠지뮤직 제공 |
머리에서 음악을 지우니 자연스럽게 음악이 들어왔다. 꿈에서 떠오른 선율을 스케치해 2023년 노리플라이로 싱글 ‘랑데뷰’를 발표했다. 그는 “여행을 가기 전엔 음악 작업의 결과에 대한 부담이 컸는데 다녀온 뒤엔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이후 여러 곡들을 쓰게 됐고 그 결과물이 여러 프로젝트와 이번 앨범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발표한 미니앨범(EP) ‘여행자’에는 권순관의 유려한 선율과 편곡이 담긴 다섯 곡이 수록됐다. 2집 이후 5년 만에 발표한 이번 솔로 앨범은 삶을 여행에 비유한 곡으로 채웠다. 느린 발걸음으로 섬세하고 성실하게 관찰한 마음속 풍경들이다. 이전 앨범들의 커버가 주로 자연을 배경으로 한 것처럼 이번 앨범 커버도 한강변의 푸른 잔디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권순관의 미니앨범 '여행자' 커버 이미지. 엠피엠지뮤직 제공 |
자연의 느릿한 변화와 여행자의 느릿한 발걸음처럼 다섯 곡 모두 잔잔하게 흐른다. 타이틀로 내세운 두 곡 중 하나인 ‘여행자’는 6분이 넘고, 지난해 다녀온 프랑스 파리 여행을 통해 나온 ‘에펠 타워(Eiffel Tower)’도 5분에 이른다.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이지만 자세히 듣다 보면 곳곳에서 권순관의 완벽주의적 기질이 드러난다. “처음엔 가볍게 만들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그게 쉽지 않더라”고 털어놓은 그는 “그게 제 성격인 듯하다”면서 웃었다.
5세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하며 일찍 음악에 눈을 뜬 권순관은 오랜 친구 정욱재와 결성한 듀오 노리플라이가 2006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2009년 정규 1집 ‘로드(Road)’를 시작으로 2개의 정규 앨범과 1개의 미니앨범을 더 냈다.
팬데믹 기간의 슬럼프를 거친 후엔 솔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올 2월부터는 작곡·작사가이자 프로듀서로서 다른 가수들과 손잡고 ‘신스 오브 어 모멘트(Scenes of a Momen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방예담, 그룹 인피니트의 남우현, 여자친구의 유주, 에이티즈의 종호 등이 그가 쓴 곡들을 불렀다.
“젊은 가수들과 작업하면서 저도 많은 걸 배웠습니다. 특히 보컬은 제가 갖지 못한 부분이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음악에 대한 자세를 보면서도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분들 덕분에 해외에서 제 음악에 피드백을 주기도 하셔서 무척 신기했습니다. 그 영향이 이번 앨범에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고요.”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