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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 끝판왕 … 380조 시장에 도전장

매일경제 안두원 기자(ahn.doow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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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 끝판왕 … 380조 시장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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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승부처 8대 제조업 ◆


제트엔진이 발명된 지 약 80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제트엔진 제작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유럽 몇 개국만 자체 개발했을 뿐이다. 제트엔진 개발은 기계공학과 소재공학 등을 아우르는 제조기술의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는 말도 있다. 이처럼 항공엔진은 진입장벽이 높지만 개발에 성공했을 때 돌아오는 보상도 크다.

4일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항공기용 제트엔진 시장 규모는 2032년 2798억달러(약 38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제트엔진은 비행기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높다. 여객기는 엔진 2개를 기준으로 20~30%에 이르고 전투기 엔진은 훨씬 고성능이기 때문에 기체 가격의 최대 50%에 달한다. 최근 각광받는 무인전투기도 제트엔진 추진체계로 개발하고 있어 향후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역시 항공엔진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내건 목표는 1만6000lbf(파운드포스)급 전투기용 엔진 개발을 시작한 시점부터 14년이 지난 후에는 실제로 항공기에 장착해 시험비행을 개시하는 것이다. 사업비는 3조3500억원으로 책정했고 내년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다.

조형희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엔진은 압축기·연소기·터빈 등을 결합해 만드는데 2만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간다"며 "외국 사례를 보면 엔진을 신규로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14년"이라고 설명했다.

1만6000lbf급 엔진은 KF-21에 탑재하는 미국 GE의 F-414 엔진(1만5000lbf)보다 살짝 힘이 남는다. 조 교수는 "정부가 구상하는 엔진은 KF-21에 적절한 1만6000lbf급"이라면서 "일단 개발을 완료하면 KF-21 업그레이드에 맞춰 엔진도 추력을 더 늘리게 된다"고 말했다.


F-35A에 적용되는 미국 프랫앤드휘트니(P&W)의 F-135 엔진 추력은 2만8000lbf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트엔진 개발이 도전적인 것은 초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성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기 엔진이 비행 중간에 고장을 일으키면 탑승자 생명이 즉각 위험에 처하게 된다. 제트엔진 개발 과정에서 가장 넘기 어려운 것이 바로 내부 온도가 1500도 이상인 상태에서 엔진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내열 소재와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항공엔진 개발사업에 한국에서는 대형 제조업체 2곳이 입찰을 준비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항공엔진과 구조가 유사한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한 상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F-15K와 현재 시험비행 중인 KF-21에 탑재된 엔진 등을 면허생산(단순조립)해오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누적 생산대수가 1만대를 넘어섰다. 조 교수는 "항공기 터빈 엔진을 만드는 것을 기계공학 기술의 최종 단계라고 하기도 한다"면서 "수십 년간 구조적으로 내구성을 지닌 기계를 설계하고 제작하겠다는 결정은 그동안 우리나라 업체들의 기반 기술이 성숙돼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자체 개발한 가스터빈 발전기를 기반으로 제트엔진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항공기 제트엔진과 발전용 가스터빈은 연소가스를 뒤로 내뿜어 추력을 만들지,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지만 다를 뿐 작동 원리는 동일하다"면서 "가스터빈 개발 과정에서 이미 1680도까지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경남 창원의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에는 수백 가지 합금을 대상으로 높은 온도 속에서 강한 장력(당기는 힘)을 가하는 실험을 수행 중인 소재 물성 연구시설이 있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실험 소재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 제트엔진 내부의 초고온 환경에 사용될 내열 소재를 찾는 것이다.


이동훈 두산에너빌리티 항공엔진개발 팀장은 "제트엔진용 내열 소재 관련 노하우는 선진국도 외부 유출을 절대 금지한다"면서 "내열 합금 개발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열 소재 관련 기술이 제트엔진 개발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트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F-15K와 T-50, KF-21을 비롯한 공군 전투기 엔진 1만여 대를 모두 면허생산한 경험이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1979년 공군 F-4를 시작으로 F-5, F-15K, T-50 등 전투기 엔진을 해외 면허생산 방식으로 공급해왔다"면서 "터보제트, 터보팬, 터보샤프트 등 다양한 종류의 가스터빈 엔진 11종을 개발했고 엔진 약 5700대를 유지·보수·정비(MRO)한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공지능(AI) 기반 엔진 설계 플랫폼 등을 통해 개발기간 단축도 계획 중이고 한국 내 연구인력을 2028년까지 800여 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알려졌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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