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서울 광화문에 있는 호텔 건물에 있다 보니 편의점에서 자주 외국인 관광객들을 마주친다. 계산대 앞에 줄을 서 있으면 관광객과 점원이 나누는 대화가 들리는데, 교통카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외국인들은 호텔에 짐을 푼 뒤 관광지에 지하철이나 버스로 이동하려 교통카드(티머니카드)를 사면서 1만원권 여러 장을 내밀고 금액을 충전해달라고 한다. 점원은 “여기선 충전이 안 되고 지하철역에 가서 기계로 해야 한다”고 답한다. 그러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최근 지하철 열차 안에는 이제 아이폰을 이용하는 사람도 별도의 교통카드 없이 탑승할 수 있다는 광고가 나온다. 서울시의원이 ‘시민들이 불편해한다’며 발 벗고 나선 지 2년 만에 아이폰에 티머니카드 기능이 도입된 덕분이다. 그러나 아이폰을 많이 사용하는 외국인 관광객과는 무관한 일이다. 국내에서 발행된 현대카드나 국내 은행 계좌가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이 경쟁 상대로 꼽는 주요 도시들은 이렇지 않다. 미국 뉴욕은 모든 지하철역과 버스에서 컨택트리스(contactless) 결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를 개찰구 리더기에 갖다 대기(tap)만 하면 탑승할 수 있다. 와이파이 모양의 로고가 있는 비자카드(탭 투 페이·TAP TO PAY)나 마스터카드(탭 앤드 고·TAP & GO)의 신용카드이기만 하면 된다.
‘현금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도 실물 교통카드가 필요 없는 전철 노선이 꽤 있다. ‘터치 결제’라는 자체적인 명칭을 사용할 뿐, 신용카드를 개찰구 리더기에 갖다 대는 방식은 그대로다. 도쿄나 오사카, 나고야, 삿포로 등의 대도시의 많은 전철을 한국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로 탑승할 수 있다. 편의점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결제 가능하다.
서울시는 작년 7월 3일(1만원)이나 5일(1만5000원), 7일(2만원) 등 외국인들이 정해진 기간에 지하철·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를 출시했다. 그런데 이 정기권은 지하철 역사 안에서 구입해야 한 뒤 별도의 기계에서 충전해야 해 편리하지 않다. 관광객용 정기권 자체도 주요 도시보다 출시가 매우 늦었다.
비슷한 시기 일본 간사이 지방에서는 현재 개최 중인 오사카 엑스포를 계기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원래 갖고 있는 신용카드로 대중교통을 탈 수 있게 했다.
우리 정부는 2027년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작년에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636만명이며, 올해 상반기 실적은 883만명이다. 관광객이 현재의 두 배로 늘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려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갈라파고스화됐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없는지 기초적인 것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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